내년 1월부터 한국지엠이 그동안 인천내항에서 처리하던 신차 선적 물량 일부를 평택항으로 이전하기로 한 계획이 철회됐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인천항은 1990년대 말까지 연간 55만~56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항으로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줘 왔다. 하지만 최근 수출차 물량이 줄어들면서 인천항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내년 초부터 인천항을 이용하던 연간 23만 대 규모에 달하는 미주향 신차 선적을 일부 평택항으로 이전해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지엠은 수출 물량 감소에 따라 내항 자동차부품포장센터 재계약까지 포기했다. 인천지역 경제의 34%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항을 통해 수출되는 자동차의 70% 이상이 한국지엠 물량이다. 때문에 인천지역 경제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해 왔다. 다행히 한국지엠이 종합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와의 계약으로 미주 수출자동차 물량 6만 대를 평택항으로 이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과거 기아차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이 같은 수법을 이용하다 결국은 전량이 평택항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주도하 에 내항 내 10개 부두운영사를 하나로 통합해 설립한 인천내항운영주식회사 운영이 위기에 놓인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출범 이후 매달 7억~10억 원의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자동차마저 빠져나가면 내년 상반기 중 자본잠식에 따른 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하겠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내항에만 정규직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고용 문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제 정부는 내항 통합 당시 해양수산부가 내항의 화물은 타 항만으로 이전 처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만큼 책임 있는 해결책으로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지엠은 그동안 정부 및 인천 지자체를 비롯한 인천지역사회의 막대한 혜택을 받은 만큼 인천을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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