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공공미술 조형물을 탐구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 스스로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공공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성남시 신흥공공예술창작소 입주기획자 이생강의 ‘± 20, 1998-2018’전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6일 신흥공공예술창작소에서 문을 연 전시는 작가 자신의 터전에서 도시에 관한 연구를 시각예술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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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기획자 이생강은 1998년 김태헌, 마인황의 ‘성남시 환경조형물 실태자료집’을 2018년 버전의 자료집으로 제작한다. 기획자 이생강과 성남시와 인연이 있는 김종훈, 빈울(이철수)작가가 참여했으며, 1998년 148개의 조형물과 새로 조성된 90개의 조형물을 모두 찾아다니며 ‘± 20 보고서’를 제작 중이다.

신흥공공예술창작소 1층에 마련된 전시는 이들이 제작 중인 보고서에 대한 일종의 과정을 보여 준다. 보고서는 12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아카이브 형태로 꾸며졌으며, 총 3가지 섹션 ▶이 조사의 개요 및 통계자료 전시 ▶1998·2018 비교 기록지 전시 ▶김종훈 작가의 사진 작업 전시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비판적이다.

‘건축물 장식제도’라는 법이 있다. 이 법은 건축비의 1% 이하를 미술장식에 사용해야 하는 것(소위 1%법이라 불리기도 했다)을 규정하고 있다. 1995년 법제화(문화예술진흥법)돼 2000년 0.7% 비율로 조정돼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법 때문에 공공미술이라는 단서를 단 예술작품들이 난립한다. 신도시인 분당구가 그렇다. 1998년 김태헌·마인황 두 작가가 성남시에 건립한 148개의 조형물을 찾아다니며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고서인 ‘성남시 환경조형물 실태조사 자료집’을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미술계에 ‘제도비판 미술’이란 용어를 등장시키면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당시 가장 의아했던 것은 단 한 명의 작가가 1998년 성남시에 18개의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사실이다.

20년이 흐른 후 기획자 이생강은 그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참여 작가 김종훈·빈울과 함께 20년 전 보고서에 남겨 놓은 기록을 찾아 148군데 장소를 찾았다. 1998년 낙서가 가득한 청동 호돌이는 금색으로 색을 입혀 장소를 옮겼으며, 우남광장에 있던 6건의 조형물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는 모두 사라지고 공사 현장만 남아 있다. 20년 전 벽면에 장식해 둔 조형물은 20년 후 신부대기실 병풍으로 사용 중이다.

기획자 이생강은 "신도시의 대명사인 분당구 안에 판교신도시가 2014년 건설됐다. 새로 지은 커다란 건물에는 소위 1% 법 때문에 그만의 장식품이 또 생겨났다"며 "20년 전과 20년 후의 성남시 모습은 과연 많이 변했을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자료 조사 과정을 그 지점의 시민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가족들이 함께 몸의 움직임으로 도시를 느껴 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몸짓과 연기 연습을 통해 도시를 인지하면서 옆에 존재하고 있는 공동체를 느껴 보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되며 사전 신청으로 이뤄진다. 신청은 신흥공공예술창작소(☎031-731-8047)로 전화 접수하면 된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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