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출판문화원㈜은 대학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예산 집행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Maintenance(유지)와 Repair(보수), Operations(운영)의 머릿글자를 따 온 MRO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사이 기업에서 시작됐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부품을 제외한 조직 운영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대상 물품들은 사무용품과 사무집기, 전산용품, 생활용품 등 광범위하다. 기업들이 MRO 사업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 내 각 부서에서 독립적으로 구매하면서 발생하는 고비용 등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구매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구매물품의 사용과정도 효과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MRO 사업을 도입한 후 기업들은 약 10%~30%에 달하는 구매 예산의 절감효과를 확인했다. 이러한 효과로 대학들도 MRO 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와 강원대는 의약품 구매를, 중앙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연세대, 그리고 명지대 등은 대학 소모성 물품 및 용역에 대해 외부 MRO 전문기업들을 통해 구입 계약 및 발주를 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MRO를 통해 상당한 구매 예산 절감과 행정 투명성 개선효과를 보고 있다.

▲ 인천대 전경.

인천대도 지난해 100% 지분 투자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을 위한 연구, 강의 및 문화활동 지원을 위해 출판문화원㈜을 설립하고 올해 5월부터 MRO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국립대학 법인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운영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 2017년도 전국 국공립대학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인 28위를 차지하는 등 행정 투명성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렇게 시작한 인천대 MRO사업은 투명한 구매서비스 제공과 구매활동 효율화를 통해 달성한 전체 이익의 대학 환원이 목표다. 이를 위해 각 부서의 독립적인 구매활동을 줄이고, 구매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구매 예산 절감과 행정 투명성 개선을 목표로 대학 내 학과와 부서들을 대상으로 구매 서비스 제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판문화원은 사업 실시 후 10월까지 금액 기준으로 약 3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17년 대비 동일한 39개 항목에 대한 구매비용 비교 결과에서는 약 22% 정도의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부 업체 견적에 비해 평균 약 6%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효과적인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인천대 측의 설명이다.

공정한 거래를 위해 물품 구매 시 출판문화원 견적을 포함한 3개의 다른 견적을 비교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납품을 진행하도록 하는 행정 투명성도 높이고 있다.

수익금의 20%~40%는 납품업체에, 나머지는 출판문화원과 외부 위탁업체에 배분하는 등 지역 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구매 프로세스 등 대학 구성원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10월에는 1단계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구매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학 행정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물품 정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등 고객지향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분기별로 결산된 재무제표 및 운영 정보와 투명한 회계처리를 통해 나온 회계 정보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발생한 이익은 대학 구성원의 복리증진과 대학운영을 위해 100% 대학에 환원할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출판문화원 관계자는 "대학 구성원들의 복지증진과 대학의 발전, 그리고 지역 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모품 지출 줄여 자생력 키우고 지역 납품업체와 상생 발전 기대
인터뷰- 대학출판부 김창희 교수


"인천대학의 MRO사업은 우리가 생활하는 대학 생태계를 더 좋고 투명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업무 프로세스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결국은 학교와 학생 그리고 직원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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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대학출판부 부장 김창희 교수(경영학부)는 인천대학 MRO사업의 궁극적 목표를 이 같이 설명했다. 대학출판부는 MRO사업을 주도하는 출판문화원의 관리감독 부서다. 그는 MRO사업이 대학 생존과 직결됐다고 한다.

"인천대는 국립대학인 동시에 법인입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일부 받지만 법인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사업으로 돈을 벌거나 정부 예산을 많이 가져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등록금도 올릴 수 없는 형편입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하나가 소모품 등 지금까지 관례나 관행으로 비싸지만 편하게 구매했던 것부터 점검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천대 MRO사업입니다." 인천대 MRO사업의 가이드라인 제시다.

기존에 1만2천 원에 구입했던 토너가 시장에서 평균 1만 원에 거래된다면 이를 비교견적으로 제시한다. 이것이 인천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형성된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하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업체의 출혈만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업체와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금 전체가 츨판문화원이 갖는 것은 아닙니다. 출판문화원 수입은 납품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일정비율을 나누고 나머지는 대학발전기금 등으로 배분하는 구조입니다. 아직은 수입이 크게 없어 발전기금도 못 내지만 기본적으로 구입가격이 낮춰지면서 대학과 구성원들의 이익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수익을 못내는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는 대학구성원들의 불편한 시선이 더 큰 부담이라고 했다.

"출판문화원 구성원들은 비교견적과 입찰준비 등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실 업무를 못 볼 정도로 바쁘지만 이를 보충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은 대학구성원들의 시각입니다. MRO시행 이후 일부 부서에서 자재 구매에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니까 ‘왜 참견하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내고 있음에도 이 같은 시각 때문에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도 김 교수는 MRO사업을 대학의 ‘블루칩’이라고 말한다. 발전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천대에서 1년에 취급해야 할 MRO적용 품목만 수 백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10%만 줄여도 수십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적용하면 인천대의 비용절감 뿐 아니라 다른 대학으로도 전파할 수 있습니다. MRO사업은 당장 불편하고 귀찮을 수 있어도 결국에는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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