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 또 다른 관심을 끈 것은 신생독립국으로 처녀 출전한 동티모르와 미국의 무차별적 테러보복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스라엘과 수십년째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선수단 등의 참석이다. 동티모르 선수단은 운동복도 갖추지 못해 부산의 독지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겨우 이번 대회에 참석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은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5일이나 걸려 부산에 도착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또 팔레스타인 선수단 역시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로 형편이 어려워 버스를 타고 이집트까지 간 뒤 몇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선수단은 여자태권도와 복싱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팔레스타인 아부케섹 모니르 선수가 복싱에서 따낸 동메달은 사상 첫 메달로 본인은 물론 조국에서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국에서 게양되는 국기는 감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모니르 선수는 수상 소감에서 “이스라엘과 잘 지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세계에 들려주고 싶었던 평화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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