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막을 내린 부산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인의 희망과 도약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린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인 44개국 모든 나라에서 9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메달색깔에 따른 순위와는 상관없이 우의와 화합을 다졌다는 것도 있지만 전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아시아인의 공통 희망사인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지난 53년 휴전이후 아직도 정전상태에 놓여져 있는 남한과 북한이 휴전선을 뛰어 넘어 이념과 체제의 장벽을 뒤로한채 단일복장에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한 것은 정치논리와 상관없이 다시 한번 전세계에 같은 민족임을 선언한 자리였다. 경기장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펄럭였으나 우리 국민과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어디의 국기가 오르던 양쪽의 선수단이 있는 곳이면 달려가 아낌없는 응원전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 또 다른 관심을 끈 것은 신생독립국으로 처녀 출전한 동티모르와 미국의 무차별적 테러보복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스라엘과 수십년째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선수단 등의 참석이다. 동티모르 선수단은 운동복도 갖추지 못해 부산의 독지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겨우 이번 대회에 참석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은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5일이나 걸려 부산에 도착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또 팔레스타인 선수단 역시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로 형편이 어려워 버스를 타고 이집트까지 간 뒤 몇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선수단은 여자태권도와 복싱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팔레스타인 아부케섹 모니르 선수가 복싱에서 따낸 동메달은 사상 첫 메달로 본인은 물론 조국에서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국에서 게양되는 국기는 감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모니르 선수는 수상 소감에서 “이스라엘과 잘 지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세계에 들려주고 싶었던 평화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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