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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20일 오후 6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과 권선동 인근 상공. 빌딩숲 사이로 수백 마리의 떼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떼까마귀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듯 날아다니다 금세 어디론가 떠났으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근심 어린 눈빛을 보였다. 2년 전부터 도심 곳곳에 나타난 떼까마귀가 전신주와 건물 난간에 걸터앉아 행인과 주정차된 차량에 ‘배설물 테러’를 일삼으면서 뜻하지 않게 분변을 맞았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계동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조모(35)씨는 "작년에도 무심코 걸어가는데 떼까마귀가 싼 배설물을 맞아 옷을 세탁한 적이 있다"며 "매번 전신주에 떼까마귀가 앉아 있는지 확인하고 걸어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떼까마귀가 정찰조를 시작으로 또다시 출현해 수원시와 시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떼까마귀 출현시기가 늦어지면서 안도했다가 정찰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태세를 갖추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올 겨울 들어 ‘정찰조’로 추정되는 떼까마귀 300여 마리가 수원 상공에서 처음 관찰됐다. 다만, 시가 파악한 바로는 야간에 주요 출몰지에서 체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구축한 자료를 보면 떼까마귀는 ▶성빈센트병원·동수원사거리·아주대삼거리 일원 ▶인계사거리·백성병원·인계박스·나혜석거리 일원 ▶가구거리·권선사거리·장다리로 일원 등 총 3개 권역에서 출현했다.

시는 15일부터 순찰반을 편성해 떼까마귀가 출몰하면 퇴치기를 이용해 이동시키고 있다. 또 매달 배설물을 채취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방역·도로 청소 등 피해 방지 대책을 가동 중이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러시아), 몽골 등 북쪽 지역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철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겨울철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보다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AI와 같은 질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2016년 12월 처음 수원에 나타난 떼까마귀는 이듬해 3월까지 총 4개월간 머물다 떠났지만 다시 겨울에 찾아온 바 있다.

시 관계자는 "떼까마귀가 앉아 있는 전선 밑에 차를 세워 놓거나 걸어가면 떼까마귀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전선이 있는 곳을 지나갈 때는 하늘을 꼭 살펴보면서 피해를 예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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