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방글라데시 소녀 라피야는 난민 신청자다. 아버지 사하블(42)의 손을 잡고 한국에 들어와 인천에 정착한 지 벌써 3년여가 지났다.

사하블은 방글라데시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중 집권여당의 공갈과 협박에 시달렸다. 결국 아내 모모타즈(30)와 아들 신디자힌(6) 등 온 가족과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 고국을 잃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것이다.

라피야 가족의 한국생활은 힘겨웠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양곡도매업에 종사해 경제적 여유가 있었지만 낯선 한국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라피야와 신디자힌은 외국인선교회의 도움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궁핍한 생활고로 매달 내는 월세마저 부담이었다.

NGO단체 ㈔온해피가 이들의 사정을 접한 건 1년여 전이다. 라피야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떠올린 것이 바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블루하트레이스’다.

블루하트레이스는 인천구단이 판매하는 홈경기 입장권 수입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온해피의 제안을 받은 인천구단은 흔쾌히 받아들여 매달 일정 금액을 라피야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했다. 인천구단 선수들이 라피야의 학교인 간석여자중학교를 깜짝 방문한 것이다. 주장 최종환을 비롯해 정산·이정빈·김보섭·김정호 등이 대거 참여했다. 라피야와 1학년 학생들은 선수들의 방문에 기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천구단 관계자는 "한국이 어머니 품과 같이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라피야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작은 행사지만 라피야는 물론 인천에 있는 많은 난민 신청자 가족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인천지역 난민 신청자는 2015년 292명, 2016년 639명, 지난해 2천320명, 올해는 8월 말 기준 4천115명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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