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에세이)
 제니 로슨 / 김영사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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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로슨. 평생 동안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온 그는 주기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자해와 자살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서 들리는 악마의 속삭임을 이겨 내기는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불어닥친 자살 충동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고자 충동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살짝 미친 것 같은’ 자신의 행동과 일상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놀랍게도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았던 불손하고 솔직한 그의 글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고 제니 로슨은 유명해졌다. 그렇게 스타가 된 그의 첫 번째 책(Let’s Pretend This Never Happened)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스타 작가가 된 제니 로슨은 고백했다. 자신은 평생 동안 수많은 정신질환과 함께 살고 있다고.

 실수만발이지만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사람이었던 자신에게 실망한 독자들이 떠날 거라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대가로 거대한 목소리의 파도를 맞이하게 됐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원래 당신이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린 여전히 당신 곁에 있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는 위로의 목소리, 그리고 그보다 크게 들렸던 "나도요. 내 이야기 같았어요"’라고 주저하며 털어놓는 수천·수만의 속삭임.

 그는 그렇게 우리 모두가 어둠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해 줬다. 책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Furiously Happy)」는 그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공격하는 내면의 적, 동문서답으로 위로받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타인의 아픔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을 향한 사이다 같은 경고, 매일 싸우면서도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남편에 대해 말한다.

 여기에 특유의 불손한 문체, 날카로운 자조와 유머, 제멋대로 나열한 듯한 19금의 문장들 속에서도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안까지 담는다.

 제니 로슨은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위험하게 ‘망가진’ 이들이지만 이제 우리는 그 사실을 매우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알게 됐으므로 새롭게 정상인이 됐다"고. 이처럼 이 책은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준다.

아가씨와 밤(소설)
기욤 뮈소 / 밝은세상 /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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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은 한국에서 15번째로 출간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코트다쥐르, 1992년 겨울’과 ‘코트다쥐르, 2017년 봄’이다. 무려 25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등장인물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1992년 코트다쥐르의 생텍쥐페리고교 졸업생인 토마, 막심, 파니, 스테판과 그해 겨울 실종된 그들의 동급생 빙카다.

1992년, 대다수 학생들이 고향으로 떠난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생텍쥐페리고교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체육관 신설공사 현장에 시신을 유기하고 치밀한 은폐를 시도해 완전범죄를 획책한 토마, 파니, 막심, 막심의 부친 프란시스, 토마의 모친 안나벨이 있다.

2017년 봄, 생텍쥐페리고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졸업생 홈 커밍 파티’를 연다. 작가가 돼 뉴욕에서 살아가던 토마는 코트다쥐르에 돌아와 25년 만에 고교 시절 절친이었던 막심, 파니, 스테판과 대면한다.

그리고 누군가 25년 전 은밀하게 숨긴 끔찍한 살인사건과 시신 유기에 대한 전모를 알고 있고 토마와 막심은 최근 복수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25년 전 살인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날 저녁 실종된 빙카는 살아있을까. 토마와 막심은 복수를 노리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25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기욤 뮈소는 이 책을 통해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깊이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로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눈 탐험(과학)
최상한 / 지성사 / 1만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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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체기관의 하나인 ‘눈’과 관련해 익히 알려진 눈의 기능이나 해부학적 특징을 다루지 않는다. 시각과 관련한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눈에 대해 독자들이 잘 인식하지 못했던 특이한 사실들을 발굴해 최대한 흥미롭게 소개하고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흥미로운 현상을 최소한의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하면서 풀어나간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을 펼치면 ‘왜 인간에게만 흰자위가 보일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흰자(위)가 드러난 것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가. 사실 우리는 밖으로 드러난 흰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다. 이 책에 따르면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흰자를 쉽게 관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각자도생의 세계에선 굳이 흰자가 밖으로 드러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에게는 흰자가 드러날까. 눈동자의 위치와 방향을 명확하게 하는 흰자는 상대방의 시선 방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시선 방향은 상대방과의 신뢰를 형성하거나 강화하는 데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흰자의 노출로 눈속임 시선도 가능하다. 보통 동물들은 주로 머리 방향으로 적의 움직임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인간은 눈동자의 방향으로도 주의를 기울일 줄 알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만 있는 눈썹은 어떤 역할을 할까. 저자는 눈썹은 눈에 땀이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운 뒤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비 오듯 땀이 흐르면 아무리 눈썹 숱이 많다 해도 그 땀을 막기엔 역부족일 테고 그저 손으로 땀을 훔쳐내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따라서 흰자가 시선 방향으로 상대방과의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눈썹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감정 표현 증폭기의 역할로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풀리지 않는 눈의 신비와 원리에 대해 차근차근 소개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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