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인가 보다. 요즘 출근해 이메일을 열어보면 출입처에서 보낸 수십 통 보도자료 중 3∼5통은 항상 김장·연탄 봉사활동이다.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공기업·대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회공헌 활동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시장경제 체제를 주도하면서 기업의 구태의연한 봉사활동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봉사활동은 소위 유명한(?) 양로원이나 어린이 보호시설 등 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다니면서 연말연시 물품을 지원하거나 하루 동안 방문시설 청소 등이 전부다.

 봉사 후에는 어김없이 언론이나 자사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며 사회적 책임과 실천을 꾸준히 하는 듯 포장하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사회공헌을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봉사라도 하는 것이 어디냐라며 항변하기도 한다. 또 봉사를 나간 여러 직원들은 마치고 나면 분명 보람이 있다고 전한다. 다만 일이 밀려있는데 투입되거나, 경우에 따라선 주말 일정을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푸념도 있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이들 봉사활동의 정확한 주체는 사실상 타의에 의해 나서게 된 직원들이라는 점이고, 이점 역시 봉사의 진정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봉사활동에 근본적인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앞에서는 보여주기식 봉사을 하고 뒤에서는 공기업의 여전한 ‘갑질문화’와 ‘채용비리’, 대기업은 자본을 앞세워 골목 상권을 넘보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 압박’ 등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개학 전날 숙제하듯 하는 봉사보다는 매월·분기·반기 등 시기를 배분해 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할 시기가 도래됐다. 또 김치, 연탄 등 그저 물질적으로 때우기 식 봉사보다는 업체마다 분야가 다르듯 각자의 업태를 잘 살려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누구든지 혼자 잘해서 성공할 수 없다. 그 사회의 인프라와 구성원들의 능력·지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 구태의연한 사회공헌 봉사를 그만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