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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에게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사건·사고 내용이 너무 많아 아예 뉴스는 일부러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세상 무너질 듯 험악한 뉴스들이 연일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앞날이 깜깜해 절망하다가 간혹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웃들의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질 때도 적지 않다. 얼마 전 한 노부부가 각각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평생 과일장사하며 모은 400억에 달하는 전 재산을 서울의 한 대학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봤다. 해당 대학에서는 평생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화답했다고 한다.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컸었다는 70대 할머니, 나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년에는 꼭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며 직접 키운 농작물을 팔며 시장에서 어렵게 모은 1억 원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평생 고생하며 모은 피와도 같은 재산을 자손들에게 남기는 대신 대학에 기부하는 그분들의 용기에 머리가 숙여졌다. 아울러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지자체나 종교단체가 아니고 ‘왜 하필이면 학교에 기부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생겼다. 아마도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당장 어려운 사람들의 구휼보다는 교육과 인재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으리라 추측해 봤다.

 한 사회복지연구원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유산기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5%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좀 다르다. 2017년 한 해 동안 어떤 형태로든 기부를 한 번이라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7%에 불과했고 반면에 기부 경험이 전혀 없었던 사람은 73.3%였다. 네 명 중 세 명 정도가 어떤 형태로도 기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도별로 봐도 계속 감소되는 추세라고 한다. 앞으로 기부할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반 이상인 58.8%가 아예 기부 의향이 없다고 답한 반면 기부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나마 41.2% 정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부’하는 일이 재산을 많이 가진 일부 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봉사와 배려’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수년 전부터 이미 새로운 기부의 개념인 ‘교육기부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육기부운동’은 논란이 많던 기존의 ‘학교발전기금’과는 그 성격이나 형식이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기부라서 시작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지만 아직도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시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사회 각계의 참여가 쉽지 않고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기부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공공기관, 사회단체 등이 지니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제공하는 일이다. 활용이 가능한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학교에 제공하거나 다양한 재능을 학생지도에 보탤 수 있도록 지식봉사도 할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일도 가능하고, 학생 체험활동에 필요한 차량이나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도 좋다. ‘교육기부운동’은 우리가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매년 수백억 달러를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기부’하는 일이 재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봉사와 배려’라는 생각을 하자. 교육이 잘 돼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은 교육기부가 지금보다는 좀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올바른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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