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규모 육성학교로 지정돼 내년 폐교를 앞두고 있는 기흥중학교가 상상과는 달리 잘 가꿔진 교정에서 생기발랄한 교육활동을 이어가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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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기흥중학교 화단에서는 가을 추수가 한창이었다. 역사교과 시간에 ‘벼 농사의 발전 및 농기구 알아보기’ 수업을 하기 위해 학생들은 교내 수분에서 기른 벼를 직접 추수하는 체험활동을 했다. 또 목화 나무에서 직접 솜을 수확하고 ‘목화 농업과 산업혁명 및 미국 흑인 노예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살아있는 수업을 경험했다.

기흥중학교 화단에는 벼와 목화 뿐만 아니라 학기 초부터 가꿔온 다양한 꽃들이 사계절 자태를 뽐낸다. 3월에는 유채꽃과 민들레, 4월에는 철쭉·석죽·꽃잔디·국화 산목(대국·중국·소국), 5월에는 벚꽃·장미꽃·상사화·연꽃·모내기, 6월에는 다알리아·칸나, 7월에는 목화, 8·9월에는 다양한 종류의 코스모스, 10월에는 패랭이꽃·과꽃·들국화가 만발한다.

덕분에 인근 지역주민들도 아름다운 생태자연을 느끼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긴다. 가을 햇살을 머금고 활짝 핀 국화꽃은 지역주민들의 눈길과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년째 화단에 다양한 식물들을 심고 가꿨다는 김광래 교감은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교정이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을 교육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그만"이라며 "지역주민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흥중학교는 적정규모 육성교로 지정돼 현재 전교생 44명만 남아있다. 내년에는 폐교를 앞두고 있어서 매우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지만 학교의 분위기는 즐거움과 생동감이 넘친다. 적은 인원이 남아있어 적적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과 교직원은 하루하루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체육한마당 행사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만든 떡볶이와 어묵을 학생들에게 만들어주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또 사제동행 벼룩시장을 통해 학생과 교사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학교의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을 따서 전교생이 다같이 나눠먹기도 하고, 무화과와 귤나무에서 수확한 열매들을 맛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음악시간에는 마지막 졸업행사인 기흥하모니를 준비하기 위해 바이올린·오카리나·핸드벨 등 다양한 악기를 연습하고, 미술시간과 국어시간에는 졸업기념품으로 나눠 가질 머그컵에 예쁜 그림과 문구를 디자인하고 있다.

기흥중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은 가을 국화의 은은하면서도 진한 향이 그윽한 예쁜 교정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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