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남동구가 인천시 기념물 12호인 장수동 은행나무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남동구가 인천시 기념물 12호인 장수동 은행나무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기념물 12호’인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의 나이는 늘 800살이다. 30년 전에도, 그리고 30년 후에도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고 800살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남동구의 무성의 때문이다.

장수동 만의골에 위치한 ‘장수동 은행나무’는 높이 30m, 둘레 8.6m 규모로 5개의 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뻗어 있어 성인 남성 여럿이 둘러싸야 할 정도로 수려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아니지만, 풍채는 전국의 어떤 나무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가을에 노란색 은행잎으로 뒤덮인 나무는 장관으로,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다. 인천시는 1992년 12월 16일 ‘장수동 은행나무’의 민속적·생물학적 가치를 인정해 기념물로 지정했다. 은행나무의 관리는 남동구에서 담당한다.

문제는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기념물로 지정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수동 은행나무의 수령은 800살로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수령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구는 수령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나무 밑동을 잘라 나이테를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속이 빈 쇠파이프를 나무에 넣어 추출된 나이테를 조사하는 생장추 사용법 등 은행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 구의 설명은 ‘궁색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은행나무 바로 옆의 사유지를 확보하지 못해 생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나무의 거대한 가지가 이웃한 일반 가정의 지붕 위로 늘어지고 있으나 구는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구는 2012년 은행나무 일대 6천741㎡를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광장으로 하는 도시계획시설을 결정하고 2016년에는 해당 부지를 경관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설계 용역까지 마쳤다. 그러나 예산이 없어 보류된 상태다. 총예산은 6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장수동 은행나무는 1980년대부터 수령이 800년이라고 알려졌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시 지정 기념물이라면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은행나무 주변을 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비가 일정 부분 매칭돼야 하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대로 예산편성이 되지 않고 있다"며 "수령 조사는 곧바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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