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上海)로, 1천 년의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으로, 6천 년의 역사를 보려면 시안(西安)으로 가라."

 그리스의 아테네, 이탈리아의 로마, 터키의 이스탄불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꼽히는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시가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한·중·일 3국은 2012년부터 풍성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대외적 문화 교류 ▶공공문화서비스 건설 ▶비물질문화의 보호와 계승·발전 ▶역사·문화문물의 보호와 이용 등의 방면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둔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하고 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인 시안시는 중국을 넘어 6천 년 세계 인류문명사의 ‘발원지’ 역할을 했다는 점이 문화도시 선정에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중국 시안 장안성 성벽 유적.
# 6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시안시

 시안시는 총면적 1만96㎢, 1천2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 도시다. 한때 창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안시는 ▶도시를 감싸 휘돌아 나가는 웨이허(渭河) ▶북쪽의 황투(黃土)고원 ▶천혜의 성벽 역할을 하는 친링(秦嶺)산맥 ▶대한민국 면적의 40% 규모의 곡창지대인 관중(關中)평원 등 최적의 도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대 주(周), 진(秦), 한(漢), 수(隋), 당(唐) 제국 등 1천100년에 걸친 중국 역사의 13개 왕조는 시안을 그들의 도읍으로 삼았다.

 게다가 시안시는 동서양의 최대 교역로였던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도시였다. 수세기에 걸쳐 실크로드를 따라 수많은 문물이 오가며 동서양을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중국 문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10세기 당나라 멸망 이후 강남(江南)지역 중심 개발과 북방 유목민족의 갖은 침공으로 인해 오랜 시간 낙후된 지역으로 남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시안은 중국의 서부대 개발과 최근 시진핑(習近平)주석이 제창한 국가경제전략 노선인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중국 중서부지역 최대의 첨단산업기지, 과학 연구 및 고등교육기지, 상업중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중국 시안시 대명궁 유적.
#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시안시

 시안시는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함께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 인천시, 일본 도쿄 도시마구보다는 조금 늦은 지난 8월 31일께 선정됐다.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에 대비해 시안시는 이달 말 문화 및 고고학 분야 학자와 행정가들이 모이는 ‘전문가 회의’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시안시만이 갖고 나타낼 수 있는 다채로운 역사·문화콘텐츠를 발굴해 내년에 있을 행사의 얼개를 세울 계획이다.

 시안시가 준비하고 있는 내년 행사의 대주제는 ‘옛 도읍지인 시안과 현대 시안의 융합’이다. 개막식은 옛 당나라 시기의 유적인 창안성의 남문 용닝먼(永寧門)을 통과하는 ‘입성의식’을 모티브로 화려하게 치를 예정이다. 창안성은 명나라 초기 중국 난징(南京)에 세워져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난징성벽’과 함께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시안의 핵심 유적이다.

▲ 시안 대당부용원 전경.
이렇듯 시안시는 도시와 그 주변에 3천여 개의 다양한 문화유적이 분포해 있어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가 얼마나 풍성하게 꾸며질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한다.

 시안시는 도시 면적의 절반 이상이 역사·문화유적으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땅만 파면 나오는 것이 유물이고 유적인 것이다.

 지역 내에는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문화보호특구만도 52개소가 있다. 산시성에서 보호·관리하고 있는 역사·문화유적 112개소, 시안시 인민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유적이 200여 개소나 된다. 또 UNESCO에 등록된 유적도 6개소나 된다. 이는 중국 내 도시 중 가장 많은 유적 분포 수치이다.

 역사·문화유적 외에도 시 전역에서 연중 치러지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 또한 내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의 큰 축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지에(春節)’를 즈음해 시 전역에서 열리는 행사인 ‘시안년(西安年)’을 비롯해 국제 음악절, 실크로드 국제영화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안년’이 되면 시안 전역 거리가 ‘중궈지에(中國結)’라는 붉은 리본으로 장식되고, 대명궁(大明宮)과 창안성(長安城), 대당부용원(大唐芙蓉園), 종루(鐘樓) 등 주요 유적지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설치해 화려한 야경을 조성한다. 시안의 이슬람 특화거리인 회족거리와 시안대로 등에서는 폭죽 행사와 함께 사자무·용등무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 시안 장안성 남문 용닝먼.
 ‘국제 음악절’은 해마다 전 세계의 오페라, 성악, 클래식 오케스트라 분야 음악인을 초대해 콘서트를 선보이는 무대이다. ‘실크로드 국제영화제’는 2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문화행사로, 다양한 장르의 중국 및 해외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안시는 연중 주요 시기에 펼쳐지는 이러한 고유 문화행사를 확대해 동아시아 문화도시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 새로운 ‘실크로드’를 준비하는 시안시

 시안시는 자신들이 가진 방대한 양의 유적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와 역사·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의 경북 경주, 경남 진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마다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역사·문화 관련 행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 ‘진시황 병마용갱 순회 전시회’를 가졌고, 그 밖에 자매결연을 맺은 각 도시와 문화 분야의 학술 교류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시안시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은 관광객 수는 자그마치 2억4천 명이다. 한국 관광객 또한 13만 명에 육박한다.

▲ 시안시 인민정부 시문물국 리빈(李彬) 국장.
 시안시는 최근 중국 고유의 연극, 경극, 춤, 문화, 술, 서커스, 음식 등을 융합시킨 ‘당나라 문화거리’를 조성하고 국내외에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시안시 인민정부 시문물국 리빈(李彬)국장은 "내년에 있을 동아시아 문화도시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차원의 역사·문화 교류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며 "시안시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알찬 행사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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