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2005년부터 ‘전문수사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전문수사관은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뛰어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베테랑이다.

인천에는 41명의 수사관이 전문수사관으로 인증받아 활동 중이다. 본보는 시민 안전을 위해 종횡무진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수사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때는 4년 전 이맘때다. 한겨울인 12월 18일 오전 1시께 경차를 이용해 삼산농산물센터로 출근하던 50대 일용직 근로자 A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거리에서 직진신호를 받아 주행하던 중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이 좌회전하며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가해 차량은 충돌 후 A씨에 대한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했다. 어두운 새벽시간에 목격자도, CCTV도 없었다. 단서는 피해자가 얼핏 확인한 가해 차량이 택시라는 것과 현장에 남아 있던 차량의 뒤쪽 범퍼뿐이었다.

올해 뺑소니 전문수사관으로 임명받은 정국보(38)경사(인천경찰청 경비교통과)는 당시 삼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이었다. 피해자가 치료 1개월에 달하는 중상을 입긴 했지만 여러 명의 수사관이 팀을 이룰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다. 정 경사 홀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 경사는 먼저 사고 발생 지점 1㎞ 이내에 있던 CCTV 40대를 분석했다. 심야시간대라 용의차량이 K5 차종이라는 윤곽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택시의 갓등이 개인택시라는 점을 알아낸 것은 큰 성과였다. 인천과 부천의 택시공제조합에 자료를 요청해 1천26대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정 경사는 CCTV에서 분석한 택시 광고물 형태와 향우회 표식을 근거로 경찰청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영상자료를 확인했다. 1차 분석 결과 400대가 걸러졌다. 나머지 600대는 모두 현장에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새벽까지 600대의 주소목록을 하나하나 지워 가며 확인했다. 십수 일 동안 지루한 작업이 계속됐다.

그렇게 인천에 있는 용의차량 300여 대를 모두 확인했지만 가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부천지역으로 확대해 둘러보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용의 차량을 발견했다. 다음 날 주변 조사를 통해 해당 차량이 정비센터에서 수리했다는 이력을 확보하고 범인을 검거했다. 26일 만에 이룬 쾌거다.

뺑소니 전문수사관은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하고 뺑소니 관련 수사 건수가 20건 이상이어야 한다. 특히 도로교통공단에서 발급하는 교통사고 감정사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아무나 뺑소니 전문수사관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정국보 전문수사관은 "피해자는 사고로 직장을 잃게 됐고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져 꼭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전문수사관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다수의 경찰들이 인천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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