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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에너지 낭비가 크고 겉치레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다. 특히 에너지 낭비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소요 에너지의 약 95%를 수입하면서도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정부 차원에서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캠페인이나 홍보 등에 소홀하다.

우선 큰 차를 아직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료 낭비는 물론 이에 따른 유해 배출가스도 높고 신차 구입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초년병이 엔트리카로 무리하게 고가의 수입차를 할부로 구입하면서 추후 일명 ‘카 푸어’가 되는 사례도 많다.

경차 활성화의 한계점도 문제다. 국내시장에서 경차의 종류는 세 종류이고, 신차 출시도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다 보니 경차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0% 내외에서 어렵게 버티는 종목이고, 인센티브 정책도 예전과 달리 변한 것이 없어서 일반인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대부분 작은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옵션을 장착해 輕車가 아닌 敬車가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준중형 승용차보다 엔진 성능 대비 무게가 무거우면서 연비가 도리어 경차가 떨어지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진정한 경차는 연비는 물론 배출가스에서 자유스럽고, 좁은 도로와 주차장 등 현 시대에 맞는 시대적 차종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차는 우리의 경차 기준인 1천㏄보다 훨씬 낮은 660㏄ 미만이고 종류는 40가지가 넘어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있다. 유럽은 초기부터 경차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고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면서 약 50%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탈리아는 약 60% 점유율에 이른다. 모두가 못살아서 경차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 이동수단의 순수 목적 등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의 각성은 물론 국민적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자동변속기 사용도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승용차는 95% 이상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차종이다. 거의 전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수동변속기를 장착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경차까지도 지동변속기가 장착돼 있을 정도이다. 자동변속기가 장착될 경우 신차 비용도 크게 올라가지만 유지비용도 크게 올라갈 수 있으며, 연비도 수동변속기에 비해 20% 이상 더 소요된다. 오직 클러치 하나 더 추가돼 운전이 불편하다는 인식으로 미국과 같이 전체 차량에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서 우리 유류비의 과반 정도로 저렴하고, 땅덩어리가 큰 만큼 큰 차에 배기량도 큰 특징이 있다. 문화적 취향도 초기부터 자동변속기 장착이 보편화돼 있어 우리와 다르다. 상대적으로 유럽은 실용성을 강조하다 보니 전체 차량의 과반수가 아직도 수동변속기 차량이다. 적어도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조항 정도는 있어야 한다.

유럽산 수입차는 모두가 공회전 제한장치인 ISG가 장착돼 있다. 예를 들면 신호등 앞에서 차량이 정지하면 엔진이 자동 정지되고,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자동으로 걸려서 정지하는 동안 에너지를 절약하는 장치이다. 정부도 그렇고 메이커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지가 전무하다. 관심도 없고, 무엇이 문제인지 개념조차 없다고 할 수 있다. 원전 폐지 등 에너지와 직결된 사안은 그렇게도 난리이면서도 막상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에는 무관심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에너지 발생이나 사용에 대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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