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상임위원회 활동을 지난 21일부터 정상화했다.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며 파행 엿새 만에 가까스로 정기국회가 재가동됐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정기국회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견해차가 컸던 국조 실시는 가까스로 합의했으나 그 시기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포함한 국조 대상 등 구체적 내용은 불분명해 향후 논란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에 따른 후속 법안과 유치원 3법을 비롯한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도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6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법정시한 준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예산안의 졸속 심의가 불 보듯 뻔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예결위는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주말과 휴일에도 예산소위를 가동해 이번 주 초까지 감액 심사를 끝낼 방침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예결위 안팎에서는 예산소위 구성 합의 지연으로 법정시한 준수가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12월 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를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해 올해 본예산보다 9.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470조5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심각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곳간을 크게 열어 고용 촉진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여야는 사상 최대 규모인 고용예산을 놓고 일전을 예고했다. 정부가 내년도 일자리예산을 올해보다 22% 늘린 23조4천억 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른바 ‘단기 일자리용’으로 분류된 8조 원을 뭉텅이로 잘라 내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정기국회가 어렵사리 재가동되는 만큼 여야는 남은 정기국회 일정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쟁을 벌일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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