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유명한 시인이자, 독서가인 백곡(白谷)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의 이야기를 읽고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졌다.

 조선의 유명한 학자들은 5살에 사서삼경을 떼었다는 등의 일화가 흔하지만, 김득신은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아서 10살이 돼서야 글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김치는 서두르지 않았다.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김치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아들이다.

 김치는 아들에게 "학문의 성취가 늦어도 성공할 수 있다. 읽고 또 읽으면 대문장가가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김득신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부단히 노력했다. 그 노력은 한 번 읽은 책을 1만 번 이상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기’ 백이전(伯夷傳)이라는 책은 11만3천 번을 넘게 읽었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그의 노력이 얼마나 굉장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김득신은 늦은 나이임에도 58살에 급제해 정선군수, 동지중추부사를 지냈으며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인정받았다.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배우는 이는 재능이 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마라. 나는 어리석었지만 끝내 이루었다. 부지런해야 한다. 만약 재능이 없거나 넓지 못하면 한 가지에 정진해 한 가지를 이루려고 힘써라. 여러 가지 옮기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것보다 낫다. 이 모두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김득신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결국 부족한 부분은 노력으로 채워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부족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마찰이 생기고, 우월감으로 자신을 망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항상 겸손하고 부족함을 노력으로 채우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분명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생각하고 그것을 채우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