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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밭에서 일한 후 고관절과 허리에 통증이 왔다. 며칠 후 약사회 행사 때문에 대만으로 출국을 해야 하기에 서둘러 손을 써야 했다. 30여 년 전, 인천시약사회와 대남현약사회는 결연을 맺고 왕래를 해 왔다. 이번에는 약사와 약사가족이 주축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동행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이는 특별한 해후이기에 허리 통증을 핑계로 불참할 수 없다. 지난 여름 무릎 염증으로 입원했던 S정형외과 병원을 찾아갔다. 허리부분 엑스레이 촬영을 하니 디스크 등 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내복약을 처방해 줬다.

 며칠 후 3박 4일의 해외여행 일정을 밝히며 혹시나 여행 중 통증이 심해질까 소위 뼈 주사라고 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달라고 사정했다. 원장은 주사를 맞으려면 추가로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단다. 정밀검사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MRI 촬영이란다. 2018년 10월 1일부터 MRI가 의료보험이 적용돼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다는 정부의 방송 홍보 내용이 떠올랐다. 그런데 비용을 물으니 41만 원이라고 한다. 보험이 적용되면 ¼가격만 내면 된다고 들었는데 왜 방송 내용과 다르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아직 정부로부터 아무런 공문을 받지 못했다며 종종 이런 항의를 받는다고 한다.

 비용도 부담되고 과잉진료란 생각이 들어 촬영을 거부하고 약물 처방만 받았다. 평소 처방 조제를 맡겨 온 약국에 약품이 구비되어 있나 확인하며 내 사정을 호소하자 친절하다는 통증클리닉 전문 의원을 소개해 준다. 아침부터 환자가 많아 2시간을 기다린 후 만난 젊은 의사는 아픈 증상 설명을 들은 후 엑스레이와 각종 검사도 강요하지 않고 바로 주사실로 데리고 들어가 눕힌 후 엑스레이 동영상 화면을 보여주며 척추와 고관절 부위에 주사를 놓았다. 의사는 바늘을 찌를 때마다 정이 담긴 대화를 유도해 환자가 두려움과 통증을 느낄 틈조차 주지 않았다. 들어갈 땐 아내의 부축을 받고 들어갔지만 나올 땐 지팡이도 짚지 않고 혼자 걸어 나왔다.

 지난 7월 S정형외과 병원에서의 무릎 염증치료 과정이 떠올랐다. 그때도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를 했는데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며 MRI 촬영을 또 했다. 수술을 하지 않고 항생제 치료를 했지만 MRI는 엄청난 진료비의 주범이 됐다. 1주일이면 퇴원을 할 줄 알았는데 증상이 호전되었고 밀린 일이 산적해 불안 초조하다고 호소해도 집에 보내주지를 않는다. 입원실에서 2일을 더 채우는 동안 항생제 과다 투여와 스트레스성 불면증은 결국 돌발성 난청이 왔다. 이 병으로 8년 전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청각신경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동안 보청기를 의존한 상태에서 G대학병원을 드나들며 주사를 맞고 서울의 S병원에서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았다. 난청 치료 과정에서 G대학병원은 뇌 MRI 촬영이 40여만 원인데 서울의 S병원은 거대한 규모에 걸 맞추려는지 조영제 비용을 제외하고도 100만 원이 넘었고 대기 순서만도 한 달을 손꼽아야 했다. 게다가 촬영을 위해 주말 한밤중에 먼 길을 운전해야 했기에 끝내 예약을 취소하고 말았다.

 예약을 취소한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G대학병원에서 촬영한 MRI 기록물을 보여주자 조영제를 복용하지 않고 촬영해 정확한 판독을 할 수 없다며 자기네 병원에서 다시 촬영하라고 해 예약 날짜를 잡았다. 헌데 진료에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는 사진이라면서도 진료비에 판독비를 20여만 원이나 청구했다. 강력히 항의한 끝에 환불받았지만 이런 불신 상황에선 병을 고치기보다 더 악화될 것 같아 발길을 돌린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니 MRI 의료보험 혜택은 중증 뇌질환에만 해당되고 판독 결과가 종양이면 산정특례자로 지정되어 그 후 촬영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한정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담당의사는 종양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3개월마다 MRI 촬영을 권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은 1년에 단 한 번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1년 1회 혜택을 받았어도 뇌종양 수술 과정에서의 MRI 촬영은 추가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10월 1일부터 전 국민의 모든 질환에 MRI 혜택을 주는 듯한 과대광고를 해 환자와 병원 간의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요즘 동네 의원보다 규모가 큰 일부 병원과 한방병원에서는 진료 중 당연한 듯 MRI 촬영을 권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MRI 의료보험이 전 국민 모든 질환에 적용돼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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