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휴대전화 1천여 대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직원 6명을 구속하고, 해외 운반책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중간 매입책인 김모(33)씨 등이 대당 5만~10만 원에 사오면, 조직 총책인 강모(33)씨가 이를 10만~15만 원에 구매한 후 해외 운반책을 통해 40만~50만 원에 밀수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범죄는 지난해 8월 강남, 9월 대전에서 적발된 휴대전화 밀수출과 매우 흡사하다. 범죄를 주도한 조직은 결제 과정에만 개입하고, 실제 행위는 익명성이 보장된 SNS와 물품의 반출기점인 인천항을 중심으로 불특정 다수에 의해 이뤄졌다. 문제는 이 불특정 다수가 나름의 익명성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그리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행동한다는 데 있다.

그 첫 번째가 해외 운반책이다. 가담자들 대부분이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나 다이공(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소규모 보따리상)으로, 중국 장물업자에게서 SNS 등을 통해 고용돼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이공의 영향력이 커지며 범죄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택시기사들이다. 분실된 또는 절취한 휴대전화을 중간 매입책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죄행위에 가담했다. 현행법상 휴대전화을 돌려주지 않으면 절도 및 점유이탈물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을 보지 못했다고 우기면 솔직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처럼 다이공과 택시운전사라는 소시민들이 푼돈 좀 벌어보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범죄의 성립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결제기능은 물론 중요 연락처와 기록물의 저장 등 컴퓨터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같은 2차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휴대전화을 5만~10만 원에 넘겼다고 그만큼의 범죄라고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사이버 수사관이나 세관공무원들이 꼼꼼하고 치밀하게 적발해내는 작업도 중요하겠지만, 범죄의 성립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이공과 택시운전사, 이들이 범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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