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두근두근’ 문화가 가득한 일본 도쿄(東京) 도시마(豊島)구. 2019년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마구는 도시 곳곳에 수놓인 다양한 문화로 아슬아슬함과 두근두근함을 뿜어내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도시마구는 메이지 시대 후반에서 다이쇼 시대에 걸쳐 잇달아 철도가 개통돼 교통의 요지로 발전했다. 비슷한 무렵에는 많은 학교가 문을 열어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성장해 갔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이케부쿠로 몽파르나스’로 불리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가 즐비한 거리가 형성돼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하고 문화를 창조하는 토양이 됐다. 또 전통에서부터 최첨단 유행, 하이 컬처, 서브 컬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거점이 생겨 나기도 했다.

 이처럼 오가기 편하고, 배울 곳이 많고, 문화가 풍부하니 절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일본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의 면적은 13.01㎢로 도쿄에 있는 23개 특별구 중 18번째로 면적이 넓지만 총인구는 29만24명에 달해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시마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도전한다. 곧 시작할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통해 도시마구의 철철 넘치는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역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키워 온 다채로운 문화적 활력을 발산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이케부쿠로 재즈 페스티벌.
# 도시마구의 문화 3대 축

 도시마구는 ‘무대예술’, ‘만화 및 애니메이션’, ‘축제 및 예능’을 3대 축(軸)으로 삼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거리 전체가 무대인 ‘연극의 도시’이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성지’로 1년 내내 개성 있는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역에는 무대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크고 작은 극장이 가득하다. 도시마 구립무대예술교류센터인 ‘아울 스폿’과 ‘미나미 오오츠카 홀’, ‘도쿄예술극장’, ‘선샤인 극장’, ‘시어터 그린’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극제가 펼쳐진다. 특히 지역의 극장과 홀에서 매년 9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이케부쿠로 연극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젊은 극단의 등용문 격인 이 연극제는 1989년 지역 밀착형 연극제로 시작해 올해로 30회를 맞았다.

 

▲ 재즈 페스티벌.
‘도시마 아트 여름축제’도 있다. 어린이들이 연극에 재미를 느끼고 극장을 친근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만큼 0세부터 입장 가능하며, 2세 이하는 보호자 무릎 위에 앉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축인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유명하다. 도시마구 시이나마치(현 미나미 나가사키)에는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에 걸쳐 데즈카 오사무를 비롯해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거장들이 청춘시절을 보낸 목조 2층 건물 아파트 ‘도키와소’가 있다. 이곳에서 시작된 만화문화의 본 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후쿠로 축제.
 특색 있는 축제도 많다. 이케부쿠로 동쪽 출구 일대에서 열리는 ‘이케부쿠로 핼러윈 코스프레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참가자 수가 증가해 행사가 열리는 이틀 동안 총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고 있다. 여기에 도시마구 최대 규모의 가을 축제인 ‘후쿠로 축제’, 아마추어 밴드가 참가할 수 있는 거리 페스티벌 ‘이케부쿠로 재즈 페스티벌’과 ‘이케부쿠로 포크&컨트리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진행된다.

 도시마구는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통해 지역을 지탱하는 문화 3대 축을 더욱 발전시킬 방침이다.

 거리 전체가 무대가 돼 누구나 주역이 될 수 있는 극장도시의 상징성을 강화하기 위해 ‘하레자(Hareza) 이케부쿠로 예술문화극장’을 개장한다. 하루에 250만 명 이상 이용하는 이케부쿠로역의 주변 4개 공원인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 ‘이케부쿠로 서쪽출구 공원’, ‘나카이케부쿠로 공원’, (가칭)‘조폐국 지구 방재공원’ 등을 각각의 특색을 살린 공간으로 꾸미고,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를 둘러보며 구경할 수 있도록 친환경 ‘붉은색 전기버스’를 도입한다. 또 도키와소를 재현하기 위해 ‘(가칭)만화의 성지 도시마 뮤지엄’을 미나미나가사키하나사키 공원에 조성한다.

 #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에서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으로

▲ 신이케부쿠로 몽파르나스 서쪽출구 길목 회유 미술관.
 도시마구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7대 목표를 설정했다. ▶도시마구민 전원 참가 ▶도시마구의 문화 재확인을 통한 구민의 자긍심 조성 ▶일본 국내외에서의 방문에 따른 도시마구 브랜드 제고 ▶각종 시책을 도시마구민이 모두 참가하는 사업으로 전개 ▶도시마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 육성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의 지속성 모델 제시 ▶2020년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리더십 발휘 등이다.

 도시마구는 구민 전원이 감상자이자 제작자로서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들과 도시마구에 거주하고 있는 다수의 한국과 중국 출신 및 한국·중국 국적 보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또 도시마구가 이케부쿠로·스가모·고마고메·조시가야·메지로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구역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각각의 문화를 재인식할 수 있는 문화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관광·거리 조성·산업·육아·교육·건강·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시점을 담아 향후에도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지닌 이념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더 나아가 한·중·일 각각의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문화예술을 소개하고 교류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연대감을 형성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2020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앞두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 핼러윈 코스프레 페스티벌.
 도시마구는 내년 2월 1일 도쿄예술극장 콘서트홀에서 개막식을 열어 동아시아 문화도시로서의 스타트를 끊고, 11월 24일 하레자 이케부쿠로 예술문화극장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도시마구 문화상공부 문화디자인과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추진그룹의 오자와 고우이치 부장은 "3국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있음에도 문화로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기회로 서로가 여러 문제와 상관없이 편하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도시마구 문화상공부 문화디자인과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추진그룹의 다카하시 히로히데 계장, 고이케 쇼우이치 과장, 오자와 고우이치 부장, 엔도 마사미 담당자(왼쪽부터) 등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담당하는 도시마구 공무원들이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그는 또 "도시마구가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1년 앞두고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통해 한국 인천, 중국 시안 등과의 교류 확대에 이어 도쿄 올림픽 개최로 도시마구를 널리 알려 지명도가 높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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