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寒孤節(세한고절)/歲 해 세/寒 찰 한/孤 외로울 고/節 마디 절

추운 계절에도 혼자 푸르른 대나무로, 한겨울의 심한 추위에도 굽히지 않는 굳은 절개를 뜻한다. 여말선초(麗末鮮初) 은사(隱士)인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의 시 ‘눈 마자 휘어진 대’에 나온다. "눈 마자 휘어진 대를 뉘라셔 굽다턴고. 구블 절(節)이면 눈 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고려 왕조가 몰락하면서 유신(遺臣)이 된 운곡이다. 당시에는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 충성스러운 신하의 상이었다. 태종(太宗) 이방원(李芳遠)의 스승이었던 관계로 태종이 즉위한 후 누차 벼슬을 내리고 조정으로 불렀으나 응하지 않고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들어가 은둔하며 절개를 지켰다. 서슬 시퍼렇던 정권 교체기에 지조를 지키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운곡은 왕의 간곡한 부름에도 끝까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두 왕조를 섬길 수 없음을 대나무의 곧음을 비유해 나타낸 문장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鹿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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