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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수능 이후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학사운영 내실화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교실에는 스승도 없고 선생님도 없는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버겁기만 하다. 교육청의 지시니 무시할 수도 없지만 교실 현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고3들만 있다. 수능 이후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인성에 관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벌써 대학에 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도 눈치로 논술고사, 정시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미술전공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하루 14시간의 연습을 하고 있다.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닐진대 위에서는 생뚱맞은 지침만 학교로 보내고 있다. 지금 고3 수험생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높은 분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교육청은 4교시 이내로 수업을 운영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선생님의 말을 따르지 않은 지 오래전이고, 또한 수시합격자, 정시준비생, 재수 준비생 등 다양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의 학생지도는 손 놓은 지 또한 오래됐다.

 이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학생부종합은 이미 수시를 위해 3학년 1학기로 마감이 됐고, 학생부 종합시험을 위해 학생들에게 불리한 기록은 학부모의 반발을 일으킨다 한다. 학교 선생님은 학생을 이끌 방법이 하나도 없다. 열정을 가지고 학생지도를 하면 ‘비민주적 교사’가 되고, 학생들에게 관심을 주면 ‘차별을 하는 교사’가 된다. 선생님들은 열정을 내려놓고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것이 지금 교육제도하의 교실 현장이다. 학생들은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선생님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지쳐가고 있다. 단편적인 교육 개편이 아니라 미래를 걱정하는 교육제도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고 이후로 학교를, 아니 선생님을 믿지 않는 사회로 변했고, 선생님은 아무 수단도 갖지 못하는 단지 수업의 진행자로 전락하고 있다.

 강의평가, 학생부 기록의 반발, 학생들의 인성 부족, 학부모의 갑질, 학생지도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서 수시와 정시, 수능을 보는 학생 수능을 보지 않는 학생, 3학년 1학기 성적만으로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등 현장에서는 다양한 학생이 존재하는데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끌 수단은 열정밖에 없다는 것을 교육부와 교육청은 아는지 모르겠다. 그 열정도 학교폭력과 민주화, 기타 등등 문제로 교사는 수업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복장지도도 비민주적이라 반발하는 세태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모 교육감께서는 두발자율화에 더 나아가 염색 자율화까지 계획 중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그동안의 입시제도는 눈치작전과 학생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여러 문제를 고려해서 수시로 변화했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후 자신들의 교육 성과를 점검받는 것이 수능시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학에서 필요한 시험을 보든가 준비하든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보다 욕심을 내니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그것을 금지하니 사교육이 활성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수능 이후 탈선이라는 단어가 난무하지만 그것을 억제하고 통제할 방법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경찰의 단속도 한계가 있고, 교사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이제는 성년 대접을 받으려고만 한다.

 학생들에게 인성만을 강조할 수도 없다. 하지만 왜 내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초등학교 교육에서 대학교 교육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원칙은 변해서는 안 된다. 그 틀에서 교육제도를 심각히 고민할 때가 지금이다. 3학년 1학기로 학교 수업이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신입생 선발제도나, 현재 입시제도에서 정시로 대학을 준비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학교 교실은 눈치로 대학만 가면 된다는 기회주의가 가득하다. 교육의 장이 아니라 기회주의와 눈치작전만 있고, 친구도 동기도 없는 나만 아는 이기적인 교실이 됐다. 민주화도 좋고 자율성도 좋다. 하지만 오로지 대학만 진학하면 된다는 논리에서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는 눈치입시에 지쳐가고 있다. 학교 교육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지금 입시제도에서는 학생지도도 제대로 못하고 인성을 가르치는 참스승도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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