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은 뒤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남북의 연구기관장들이 모여 학술교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법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인천시는 지난 2011년부터 고려사 관련 학술심포지엄과 지역사회 간담회 등을 거쳐 2013년 강화고려역사재단을 출범했다.

 강화는 몽골의 말발굽을 피해 39년간 고려의 수도로 자리 잡으면서 곳곳에 고려역사의 숨결이 녹아든 곳이다. 고려의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역사재단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재단은 고려사를 중심으로 강화역사를 심층적으로 연구·조사하는 일 외에 그만큼이나 중요한 업무도 있었다. 바로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 강화의 고려사를 연계한 남북 학술교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강화의 관방유적들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재단은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인천문화재단 내 강화역사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꾸더니 얼마 전에는 인천역사문화센터로 또다시 껍데기를 갈아입었다. 첫 출범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강화 관방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진척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남북 학술교류는 박근혜 전 정권의 싸늘한 대북정책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 27일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는 인천시 시사편찬 활성화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참석한 인천역사문화센터 관계자가 시 역사자료관을 비방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인천만이 할 수 있는 강화-고려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강화를 이용한 학술교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단체장이 바뀐 강화군과도 적극 협조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화-고려 연구를 위해 모인 전문가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인천의 시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문성을 갖고 추진했던 시사편찬위원회의 확대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인천역사문화센터가 지금 할 일은 다른 단체를 비난하는 일이 아니라 껍데기를 벗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