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질병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면 대처 방법이 매몰 살처분이 고작이다. 그때마다 수많은 가축들이 생매장되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특단의 대처 방안 강구가 시급하다.

올해 실시된 경기도내 가축매몰지에 대한 수질검사에서 10곳 가운데 3곳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와 일선 시·군이 올해 도내 가축매몰지 주변 지하수를 검사한 결과, 9월 30일 기준 총 186곳에 대해 검사가 진행돼 31.1%에 해당하는 56곳의 수질이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56곳 중 음용 부적합이 25곳, 생활용수로도 부적합 곳이 14곳, 농업용수로조차 사용할 수 없는 곳이 17곳에 달해 그 오염도의 심각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식중독과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결코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가축 매몰처분 당시 얼마든지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매몰에 따른 부작용이 검사에 의해 드러났을 뿐이다.

지하수는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 해도 웬만하면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염병 대처 방식의 일환으로 가축이 살처분돼 매몰된 지역 토양의 경우 지하수 오염상태가 농업용수로조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택해 오던 안일한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처 방법이 개선돼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몇 해만 지나면 청정 국토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고 구래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맑은 물이 흘러야 오염된 국토가 정화된다. 그러잖아도 각종 사업장에서 유출되는 산업 폐기물질로 인해 토양과 하천,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 조만간에 수돗물이 불신을 받는 와중에 지하수조차 마실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그 오염도가 심해 오죽하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모르겠다. 전염병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 매몰지 정화와 함께 가축 전염병에 대한 보다 새로운 대처 방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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