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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지난 15일 대입 수능시험이 큰 탈 없이 치러졌다. 힘들게 공부해온 수험생과 뒷바라지해온 학부모들의 노고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대학입시를 포함한 진학시험제도는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에도 시험을 치러야만 했는데, 명문학교에 합격하기가 매우 어려워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해야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방한다는 ‘4당5락(四當五落)’이란 말조차 유행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중학교 입시과목을 대폭 축소한 일이 있었다. 종전에는 국어·산수·사회·자연·음악·미술 등 전 과목을 평가했는데, 유독 1964년에만 국어와 산수 두 과목만 평가했다가 이듬해에 다시 전 과목 평가 방식으로 원상 복귀했다. 세인들은 그 이유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근혜 양이 쉽게 중학교에 진학하도록 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1969학년도부터 중학교 무시험 진학을 위한 추첨제(은행알 추첨기를 사용했기에 흔히 ‘뺑뺑이 방식’이라 불렀다)를 도입했고, 1974학년도에는 고등학교 진학에도 무시험 추첨제를 도입했다. 세인들은 이러한 추첨제 도입도 역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인 지만 군이 쉽게 진학하도록 하기 위한 특별한 배려(?)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박지만은 1958년생으로 중학교 ‘뺑뺑이’로는 3기, 고등학교 ‘뺑뺑이’로는 1기에 해당하니 그런 추측이 나올 만도 했고, 심지어 시중에는 ‘박지만 세대’라는 말조차 생겨났다).

 전두환 정부 때에는 입시지옥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졸업정원제’를 도입했었는데 정권에 대한 비판적 민심을 희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과외금지조치’도 단행했었는데, 훗날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판정했다). 졸업정원제는 대입정원을 대폭 늘려 입학은 쉽게 하고 졸업을 어렵게 한다는 내용인데, 곧 흐지부지되면서 대졸자만 과다 배출되고 취업난이 심해지는 계기가 됐다. 1994학년도 입시부터는 종래의 학력고사 방식(1982학년도~1993학년도)을 폐지하고 대학 수학능력 시험방식을 도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이 2002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해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고 다양한 수시 전형을 통해 적성·소질·봉사활동 등 비교과 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을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수시전형제도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 비중이 점차 증가해 2019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입시에서는 수시모집 비율이 76.2%를 기록했다.

 종래 입시부정도 자주 발생했다. 1965년 발생한 ‘무즙파동’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지도층의 자녀 21명이 명문 중학교에 부정입학한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영향을 미친 정유라(국정농단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 등 사례도 다양하다. 아무튼 우리 사회에는 입시 관련 논란이 그치지 않는데(부동산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엔 대입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 축소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이다.

 대입 공정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해 수시모집 비율을 40% 이내로 줄이고 내신 비리도 차단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님의 진로지도(직업학교로 진학할지 일반대학으로 진학할지 등)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고 하는데, 불신이 만연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2009년에 헌재는 고교 배정 추첨제가 합헌이라고 5대4로 판정한 바 있지만(2005헌마514),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한편, (입시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행정편의적 이유로)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을 전면 금지하는 것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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