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환송 나온 여당 수뇌부를 향해서다.

이와 관련,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의지가 강하다. 어제도 제가 공항에 나갔는데, 문 대통령이 이번에 꼭 선거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이 최근 들어 보인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중심의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청와대는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런 개혁 의지와 별개로, 선거제 개혁은 대통령 아닌 국회의 의제이므로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에는 공약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걸었고,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에는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와 환담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은 19대 국회 때 중앙선관위에서 객관적, 중립적 안을 제시했다"며 이를 기본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시절인 2014년 10월에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약화하는 지역 대표성 보완을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대통령에게 담판 회동을 요청하며 문 대통령의 직접 결단을 촉구하는 배경에는 이런 과거의 발언들이 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이런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출국 직전 ‘선거제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 논의가 촉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선거제 개혁은 입법부인 국회 구성 및 국회의원 선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재 단계에서 문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 야당과 협의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단계에서 청와대가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고 대통령이 주도할 사안은 아니라 대통령이 너무 입장을 강하게 내면 혹시라도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데 장애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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