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내가 행복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4천여 명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그 결과가 신기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옆집에 살면 그 사람의 행복지수가 34%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외국의 어느 자전거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람들로 초만원입니다. 그날 따라 아주 귀한 자전거가 나왔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경매장 맨 앞자리에는 어린 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소년의 손에는 5달러짜리 지폐가 들려 있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년은 큰소리로 외칩니다.

 "5달러요!"

 그러나 곧이어 "10달러", "15달러", "20달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최고 가격에 팔려나갔습니다. 소년의 안색은 절망감으로 그득했습니다. 다음 자전거의 경매가 시작됐고, 소년은 누구보다 먼저 "5달러"를 외쳤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 다음 자전거도 그랬습니다. 그때마다 소년은 울음이 곧 터질 듯했습니다. 그런 소년을 안타깝게 여긴 경매사가 소년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얘야, 자전거를 사고 싶거든 30달러쯤은 외쳐야 해."

 소년은 풀이 죽은 소리로 답합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저희 아빠는 해고당했고,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계셔요. 저는 제 동생에게 자전거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5달러를 모았어요."

 경매사는 소년이 가엾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자전거의 경매를 시작했고, 경매에 나온 자전거마다 소년은 "5달러요"를 외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경매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은 자전거 경매가 시작할 때마다 앳된 목소리로 "5달러!"를 외치는 소년을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내 소년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자전거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가장 비싼 자전거였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자전거 때문에 그곳에 왔을 겁니다. 경매사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 들립니다.

 "자, 오늘 마지막 자전거 경매에 들어갑니다. 이것을 사실 분은 누구신가요?"

 풀 죽은 모습의 소년은 지친 소리로 "5달러요!"를 외쳤습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경매사가 몇 번이고 물었지만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다섯 셀 동안 없으면 이 자전거는 이 소년의 것이 됩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하나!’라는 경매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매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와아!"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경매장을 진동시켰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5달러를 쥐고 단상에 올라갈 때 사람들 모두가 일어나 박수로 소년에게 축하하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자전거를 사지 못한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마 무척이나 행복했을 겁니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고 느끼면서 말입니다. 소년도 행복했고, 그곳에 왔던 사람들 모두 행복했을 겁니다. 이렇게 내가 꼭 가져야만 행복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나보다 더 필요한 누군가가 가졌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행복감이고, 그 행복감이 곧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돼 줍니다.

 돼지가 젖소에게 "나도 죽고 나면 내 몸을 다 주는데, 사람들은 왜 나보다 젖소를 더 귀하게 여길까?"라고 묻자, 젖소가 충고합니다. "나는 매일 일용할 양식인 우유를 주잖아. 하지만 너는 살아 있는 동안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제부터 사람들에게 매일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

 ‘내’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너’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 행복은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으로부터 싹틉니다. 나보다 더 절박한 소년이 갖도록 양보하는 경매장 사람들과 우유를 매일 주는 젖소처럼 말입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