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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도 늙어가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성장한 우리나라의 도시는 쇠락 속도도 이에 못지않게 빠르다. 도시의 노화정도를 판단하는 평가지표는 인구와 사업체 감소, 노후 건축물 증가 등 3가지이다. 해당 지역에서 지은 지 20년이 경과한 건축물 비율이 50% 이상이면 도시가 노화됐다고 본다. 국토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은 146개 읍면동 가운데 95개가 노후 단계에 접어든 상태로 인천의 도시노화도는 65.1%에 달한다. 수치대로라면 인천전역에서 도시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도시 개발 중심의 도시화 과정 속에서 원도심은 하루가 다르게 쇠락했고, 우리나라 특유의 도시재생 방법도 도시노화를 촉진해 왔다. 유럽이나 일본 등은 우리보다 앞서 도시노화 현상에 직면했으나, 마을 만들기, 건축물 개보수와 같은 방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도시를 재생시키고, 건축물의 노후 속도를 늦췄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만을 도시재생에 적용한 결과 사업지연 등에 의해 건물의 노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상구역 건물을 모조리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전면개발 방식은 오랜 세월 터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을 밀어냈고,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 단지는 주변지역과 단절된 섬으로 변모했다. 단지를 통과하는 외부인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갔고, 울타리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한 단지 안에서도 임대 여부와 규모에 따른 차별이 일어났다.

 뉴타운은 도시재개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아래 뉴타운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들을 대거 당선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도시재생 방법만으로는 사회적 갈등과 문화적 피폐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사람과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 방법이 바뀌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많지 않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외국의 선진 사례를 배우기 위해 앞다퉈 도시재생에 성공한 나라를 방문해 고색창연한 외국의 원도심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자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와 그들은 달라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건물은 경제 개발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짓는 데 초점을 둔 것들로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없는 경우라면 보존을 말하기도 민망하다.

 우리나라에 맞는 도시재생 방법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고,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시행착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인천시가 개항장 일대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시한 옛 제물포구락부와 전 인천시장 관사 활용 방안을 놓고 논란이다.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언론은 기사로 잘못을 꼬집지만,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두 건축물은 자유공원과 중구청 일대를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임에도 그러한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대안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활용도 제고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인천의 개항장지구가 어떠한 곳인가. 이곳이 있어 근현대에 이르러 인천이라는 이름이 세계로 뻗어나갔고, 우리의 생활문화를 만든 근대문물이 들어 온 곳이 아니던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천의 정체성이 스민 원도심을 현대생활로 끌어들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근대개항장의 역사문화 보존과 도시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함께 나서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천에 맞는 면밀하고 체계적인 도시재생 방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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