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초여름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과 결탁해 거액의 돈을 편취한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 ‘대박파’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150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인터넷상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거나 안전계좌를 불러주겠다고 해 직접 계좌이체받는 등의 수법으로 20억 원 상당의 돈을 가로챘다.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전문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나현(39)경위는 사건 발생 당시 인천미추홀경찰서 지능팀 수사관으로 근무하며 약 3개월의 끈질긴 수사로 총책을 포함한 일당 26명을 일망타진했다.

2006년 경찰에 입문한 나 경위는 2008년부터 6년 동안 강력팀에 근무하며 인천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을 전담했다. ‘대박파’ 사건은 나 경위가 2015년 봄 보이스피싱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배당받은 첫 사건이다. 그해 4월께 미추홀경찰서 지능팀으로 발생 사건이 접수됐다. 70대 노인이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10여 년간 모았던 2천여만 원을 잃었다는 피해사례였다.

수사에 나선 나 경위는 약 한 달 동안 피해 노인이 입금했던 대포통장 계좌를 추적해 계좌 명의자를 체포했다. 붙잡힌 계좌 명의자 또한 저금리 대출을 빙자한 거짓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통장을 넘긴 사실을 파악했다. 나 경위는 자신의 신분을 대출희망자로 꾸며 자신의 신분증과 통장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넘기는 기지를 발휘해 통장을 거래한 인출책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 당시 인출책이 갑자기 사라져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갈 뻔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 접촉 시도로 서울 모처에서 인출책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인출책의 검거로 나 경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은신처에서 발견된 조직원의 증명사진을 자신의 컴퓨터에 붙여 놓고 언제 어디서든 체포가 가능하도록 인상착의를 익혔다. 잠복과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등 끈질긴 수사로 총책을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인물 7명을 차례로 체포했다. 사건 접수 두 달여 만에 이룬 쾌거다.

보이스피싱 전문수사관은 10년간 보이스피싱 수사를 통해 관련 피의자를 30명 이상 구속시킨 수사관을 대상으로 인천경찰청이 지정한다.

나 경위는 "수많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마주하게 된다"며 "악질 사기 범죄인 보이스피싱이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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