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개항장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가 유입되는 통로였다. 현재는 공항과 항만을 둔 지리적 이점으로 다수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경험이 더해져 미래의 인천은 동아시아 문화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가교 역할을 손색 없이 담당할 도시로 손꼽힌다.

여기에 내년에 치러지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까지 더해져 인천은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문화 브리지’로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인천은 중국 시안과 일본 도시마 등과 함께 1년 동안 개별 도시의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공연과 축제를 통해 교류와 친선을 도모한다.

▲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거리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인천은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 준비를 위해 개항장의 역사성과 청일 조계지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동아시아 아트플랫폼 릴레이 작가전’, ‘춤추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 ‘평화의 하모니 인천 아시안 유스콰이어’,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 콘퍼런스’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천은 한중일 3국이 3년 주기로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11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개최지로 선정돼 3국의 오랜 갈등과 반목을 도시 간 문화 교류와 협력으로 해소해 나가자는 다짐의 자리를 마련한다.

▲ 옛 인천일본제58은행인천지점.
# 한국의 ‘문화 용광로’ 인천

 1883년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인천 제물포항이 개방되면서 외국 문물이 물밀듯 밀려와 도시 인천의 국제화가 시작됐다. 이윽고 인천은 일본·중국 뿐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각국 사람들은 개항장이 있는 인천에서 외교와 통상업무를 담당했고, 남은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문화시설을 만들었다. 그렇게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고, 인천은 국제교류·외교의 중심지로 근대문화·문물 확산의 거점이 됐다. 옛 제물포항이 있던 중구에는 특히 근대 개항기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 인천생활문화축제 공연들.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인천일본제58은행인천지점, 인천우체국 등 개항기와 1930~1940년대에 세워진 건축물이 많다. 시는 2010년 해당 지역 중구 신포·북성·동인천동 일원 53만7천여㎡를 ‘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 건물들은 현재 리모델링을 거쳐 아트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 개항박물관, 근대건축전시관 등의 문화시설과 청·일·서양 건축물의 모습을 살린 카페와 갤러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인천은 우리나라 대중음악·클래식·민중가요를 아우르는 ‘음악의 메카(Mecca·중심지)’다. 개항기 이후 대중가요와 재즈, 록 등이 인천으로 유입돼 발전했다. 여기에 1950~1960년대 부평에 주둔하던 애스컴(ASCOM·주한 미군 군수지원사령부) 주변에 20여 개 음악클럽을 중심으로 대중음악이 번성했다. 이곳은 한국 대중음악 1세대의 주요 활동지가 됐다.

▲ 옛 인천우체국.
 아울러 인천은 ‘개국(開國)’과 ‘왕도(王都)’의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 강화는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부터 고려시대의 역사와 문화 흔적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강화는 1232년 고종 19년부터 1270년까지 대몽항쟁기 39년간 고려의 도읍으로 문화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팔만대장경’은 대몽항쟁 당시 피난수도 강화에서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 동안 제작되는 등 이 시기에 찬란한 문화가 꽃피웠다. 이처럼 인천은 대몽항쟁, 개항장, 청·일 조계지 등 격동의 역사를 딛고 이제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통해 평화와 화합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 1년 동안 인천 문화 속에 ‘풍덩’

 인천은 내년 1년 동안 개·폐막식과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비롯한 공식행사와 핵심사업, 연계사업 등으로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를 추진한다. 내년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통해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송도 컨벤시아에서 폐막식을 통해 행사를 마무리한다.

▲ 개항기 건축물을 리모델링 해 조성한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시 제공>
 또 인천은 내년 8월 말에 인천아트센터에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까지 개최해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는다. 핵심 사업은 문화교류·지역기반·학술행사 등 세가지 측면으로 나눠 총 5개로 진행된다. 문화교류행사로는 ‘동아시아 아트플랫폼 릴레이 작가전’, ‘춤추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 지역기반행사로는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 ‘평화의 하모니 인천 아시안 유스콰이어’, 학술행사로는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 콘퍼런스’ 등이 있다.

 이 중 동아시아 아트플랫폼 릴레이 작가전은 동아시아 시각예술 기획자 및 예술가 공모를 통한 예술교류 프로젝트다.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는 3국의 생활문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다.

 여기에 8개의 연계사업도 벌인다. 인천 근대문화 자원을 활용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천 컬쳐나잇’, 동아시아 독립영화를 초청·상영하는 ‘디아스포라 동아시아 영화제’, 인천예총과 민예총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교류하는 ‘민간예술단체 교류사업’과 ‘동아시아 인천 부평 대중음악축제’, ‘경인아라뱃길 선상문학회’, ‘동아시아 유물교류전’, ‘문학산 음악회’, ‘한중일 전통의상 문화교류 페스티벌’ 등이다.

▲ 윤병석 인천시 문화예술과장
 윤병석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문화예술과장은 "인천은 개항기의 국제교류·외교의 중심지로 근대문화와 문물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며 "다양한 문화적 자원과 역사가 존재하는 인천인 만큼 이번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를 통해 문화 자생력을 키워 ‘문화가 풍성한 인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행사 이후에도 중국 시안, 일본 도시마구 등과의 교류는 물론 기존 선정도시와의 교류까지 포함해 3국 간의 문화교류 협력을 더욱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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