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수원역 근처 대형건물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하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11층 지하 5층 규모다. 당시 이 건물 지하 1층과 2층에 걸쳐 있는 500석 규모 PC방에서는 250여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수십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소방서 추산 5억2천4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그러나 피해 규모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입주자들은 30분 가까이 대피하지 않았다. 평소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아 이번에도 오작동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대피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순간 의인이 나타났다. 바로 지하 PC방 직원 5명이 주인공이다. 30대 직원 2명과 20대 아르바이트생 3명이다.

 이들은 지하 1층 천장 흡입구를 통해 새어 들어온 흰 연기가 2초 뒤 검은 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불이 난 사실을 알아챘다. 그 즉시 매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손님들의 대피를 유도했다.

 또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불이 났으니 모두 대피하라"며 재차 화재 사실을 알렸다.

 화재 앞에서 자칫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었지만 이들의 반응 속도는 빠르고 현명했다.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말 그대로 영웅이다.

 PC방 의인들의 활약상을 접하면서 세월호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떠올랐다. 당시 세월호 선장은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은 채 먼저 탈출했고, 제천 스포츠센터 사우나 직원은 비상구가 짐 등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고 탈출했다.

 의인은 의로운 사람을 뜻한다. 의인과 죄인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이 둘을 결정하는 찰나는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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