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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회계경영과 교수
최근 들어 나는 기상하자마자 17층 거실의 창문을 열고 송도 신항과 영흥도를 바라보면서 하루의 공기 질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날씨나 대기질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습관이 생긴 것은 근년 들어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대기 오염이 날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우리들의 일상 생활은 물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모그나 황사는 둘 다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지만 그 발생 원인은 다르다. 스모그(smog)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로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 연료 때문에 배출된 오염물질인 미세먼지가 안개와 함께 한곳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하고, 황사(黃沙)란 중국과 몽고 내륙에서 발생한 미세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가라앉는 현상으로 주로 봄철에 한반도와 일본 심지어 미국의 동부 해안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황사의 가장 큰 발생 원인은 사막화이다. 21세기에 들어 중국 내륙지방은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적 요인과 삼림 파괴, 과도한 방목, 광산 개발, 공장 건설 등 인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사막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황사는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그 강도 또한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 등 식생이 거의 없고 건조한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대와 중국 황하 중·상류의 황토(黃土)고원과 내몽고 고원 등이 그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기도 전에 스모그와 황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중국 수도 베이징은 강한 스모그로 큰 타격을 받았다, 희뿌연 먼지가 도시 전체를 휘감아 회색 도시로 변했고 이웃한 건물의 윤곽도 흐릿해졌으며, 베이징에서 지방으로 가는 고속도로 9개와 주요 순환도로의 통행이 차단되기도 했다. 심지어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허베이성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상태를 나타내는 지수가 더 이상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올라갔다. 또한 중국 서북부 간쑤성(甘肅省) 지역에는 황사를 실은 강한 바람이 100m 높이의 모래 장벽을 만들어 순식간에 도시를 집어 삼켜 세계인을 경악시켰고, 동시에 우리에게도 올 겨울 심각해질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원래 황사는 봄에 불어오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가을철 황사가 급증했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사막이나 고원이 겨울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들이 얼지 않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한다. 이처럼 스모그나 황사는 그 발생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건강이나 일상생활에 상당한 해를 끼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모그나 황사가 발생하면 대기 오염이 심각해져 하늘이 뿌옇고, 가시(可視)거리도 짧아지며,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고, 식물 또한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와 황사를 포함하는 미세먼지를 일컫는 PM(Particulate Matter·입자상 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지난주 한반도에도 중국발 스모그와 황사가 유입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치솟는 등 최악의 대기질 상태가 나타났다. 한낮에도 하늘은 뿌옇고 제대로 해를 보기가 힘들었다. 답답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제 대기오염을 비롯한 생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불가피하고 이를 통해 특단의 대책이 각국은 물론 지구촌 차원에서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난달 27일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사는 한 노부부가 오전 9시쯤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심각한 스모그로 집을 찾지 못해 9시간 동안 길을 헤맸다는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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