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p 올렸다. 지난해 11월 인상 후 1년 만이다. 고용 회복이 더디고, 성장률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건 사실이지만,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과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금융 불안정’ 해소를 위해 어쩔 도리가 없었던 듯싶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금융 안정성이 개선되고, 경제 상황도 호전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미 실기(失期)한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가중돼 연체 가능성도 증가한다. 물론 고소득자 및 자산가 또는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는 계층이라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소득양극화의 하단 영역에 자리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생계형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대출은 얘기가 다르다.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오히려 취약계층만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다수 전문가들은 작금의 상황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경기침체 국면의 초기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경기 불황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1990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경기 침체로 연결된 원인도 같았다. 금리가 낮은 시기에 형성된 자산가치 거품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경기 침체로 연결됐다.

따라서 침체 국면엔 금리인상을 억제하고,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다행히 지난 29일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주기가 예상보다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이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미 간 금리 역전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금융 양극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률 제고나 고용회복 같은 기초체력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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