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의 배신으로 본거지를 잃은 유비가 허도의 조조를 찾아왔다. "이번 기회에 저 귀 큰 놈을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뒷날의 두통거리를 남겨두지 마십시오"라며 주위에서 권하자 조조는 심정이 복잡해졌다. 평소 아주 작은 기미라도 안위에 관한 일이라면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훈시했던 자신이 장차 자신의 호적수가 될지 모르는 인물을 받아들이는 데 부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조조는 책사 곽가에서 물었다. 곽가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유비는 평소 영웅을 자처했었지요. 갈 곳이 없어 찾아왔는데 죽여 버린다면 천하의 어진 이들이 우리를 찾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주공께서 누구에게 의지해 천하를 정하시렵니까. 뒷날의 두통거리라 해서 한 사람을 죽이면(夫除一人之患) 세상의 인망을 잃게 되니(以阻四海之望) 가볍게 여기시면 안 됩니다."

 조조는 이 진언을 받아들여 오히려 유비에게 벼슬자리를 내주고 병사 3천 명과 군량 1만 석을 배려했다. 남북 화해의 시대, 제거하기보다는 배려가 필요하지만 국가 안위의 중대성은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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