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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시가 그저께부터 ‘온라인 시민청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을 모티브로 해 인천시정에 시민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시 홈페이지 내 ‘인천은 소통e가득’ 사이트에 개설될 예정이어서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시 주요정책이나 지역현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한편 등록된 청원이 30일간 3천 명 이상의 시민 동의를 받으면 검토 후 시장이 영상으로 직접 답하고, 시정에도 반영한다. 또한 1만 명 이상의 시민 지지를 받은 청원은 공론화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제야 민선 7기 시정부가 강조했던 소통과 협치 시정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청와대 정치’의 판박이다 보니 인천시정과 지역현안은 간데없고, 중앙정치 베끼기 시정이 판을 칠까 걱정이다.

# 청와대 국민청원, 개편요구 빗발

청원이 합법적인 저항수단으로 사용된 건 입헌주의가 등장하면서다. 우리나라도 제헌헌법부터 청원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했다. 고전적 기본권 중 하나이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인 청원을, 새삼 민선 7기 인천시 정부에서 강조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우선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이수역 폭행 사건’ 청원 이후 실효성 논란에 휘말려 일부 시민들의 개편·폐지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는 거다. 청원게시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청원인이자 사건 당사자인 여성의 주장이 실제 경찰수사 결과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청원인 실명확인 등 진입장벽 강화 ▶청원 내용의 일반 공개기준 강화 ▶청와대·행정부 권한이 아닌 사안에 대한 답변 거부 등 다양한 제도 개편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일각에선 대한민국이 삼권분립 국가이니 청원의 수리 및 심사, 처리결과의 통지 등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하는 거지 청와대 몫이 아니란 비판도 엄존한다. 청와대의 권력 집중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틀을 깨고, 권력을 내각에 분산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최근 저잣거리엔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참고로 미국 행정부는 ‘We the People’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해 왔는데, 오바마 정부는 이 창구에 대해 ‘시민이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시민 여론을 듣겠다는 거다. 이런 와중에 박남춘 시장의 측근들은 대단한 소통의 방법인 양 ‘시민청원’ 창구를 개설했다.

# 인천 모르는 측근인사 정리해야

모름지기 지방정치는 현장에서 이뤄진다. 현장의 주민과 지역현안을 매개로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인천시장과 시장을 보좌하는 측근들은 민원 현장에 있어야 하고, 중앙정부 및 경쟁도시와의 정책 대결을 벌일 현장을 찾아 다녀야 한다. 한데 올해 말까지 수출전용단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25만 대의 중고자동차 물량이 다른 항만으로 이탈하지만 시의 대책은 없다. 해묵은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과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 영구화 논란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해양관련 공공기관의 부산 쏠림현상도 정부에 일언반구 못하고 있다. 남북 종전 선언에 대비한 해양경찰의 역량 강화도 필요한데 정부에 누가 될까 눈치만 보고 있다. 정당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는, 주군의 눈치만 살피는 비서관 출신 측근들이 이런 인천의 사정을 알 리 없다. 케케묵은 청원 이벤트로 해결이 가능할지 의문이며, 지방정치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행정과의 협치를 복원하고,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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