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석산이 탈바꿈(텃밭과 과수원, 나들이장 등)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4일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시는 도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송도 석산(9만2천303㎡) 재산(무상) 사용 협조를 요청했다. 사용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이다.

다만, 도시공사가 매각이나 신규 사업을 추진할 시 임대를 취소하는 조건이 있다. 도시공사가 기초단체에 직접 임대해 줄 수 없어 시가 임대를 받아 연수구에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연수구는 오는 13일 ‘송도 석산 주민 힐링공간 조성계획’에 대한 구의회 예산안 심사를 받는다. 내년 1단계 조성사업에 들어갈 예산은 6억 원이다. 1단계는 실시설계용역과 기반조성, 텃밭, 과수원, 약초원, 수도, 퇴비장, 자재창고, 나들이장 등을 조성한다. 2020년에는 6억 원을 또 투입해 도시농부학교, 스마트팜 등 도시농업지원시설을 조성하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는 내년 초 송도유원지 도시계획시설변경 용역을 재개한다. 빠르면 2년 내 석산을 포함한 송도유원지 조성사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시는 구의 석산 힐링공간 조성사업을 걱정하고 있다. 안전시설, 텃밭 등 체험공간 운영 등 철거가 쉬운 1단계 사업은 찬성이지만 천문대, 둘레길, 하늘극장, 도시농업지원시설 등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억 원의 예산을 들여 2∼3년만 쓰고 철거하는 게 아깝다는 것이다.

일부 구 관계자는 2∼3년 내 철거 가능성이 있는 석산 힐링공간 조성사업 예산이 너무 많다고 구청장 등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구가 도시공사 땅을 은근 슬쩍 영구임대받아 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송도유원지는 민간 또는 공공기관에서 개발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2∼3년짜리 힐링공간에 12억 원을 들이는 것은 무리수고, 지금 몰래 텃밭으로 쓰는 시민들을 위해 안전시설 정도면 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1단계에서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해 기반조성, 안전시설, 유실수, 텃밭 등만 하고 2단계는 상황 봐가면서 조성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공익 성격으로 (개발)하면 좋은데, 우리 땅이 아니니 텃밭 등이 반응이 좋고 주민 의견이 모아지면 개발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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