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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7월 24일(현지시간) 정찬민 용인시장이 루마니아 종자연구소와 과수육종 산업 교류협력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 용인시 제공
용인시가 농가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외국 종자연구소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실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지만 양 기관 간 입장 차이 등으로 사업이 무산돼 예산만 날린 꼴이 됐다.

여기에 사업 무산의 원인 중 한 가지로 양해각서 체결의 당사자이자 가교 역할을 담당했던 화훼·종자 관련 수출 무역업체 ‘O’ 대표 K씨의 무성의한 태도가 꼽혀 용인시가 특정인에게 놀아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4일 시에 따르면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 순방 중이던 당시 정찬민 용인시장은 지난해 7월 24일 루마니아 피테슈티시에 있는 종자연구소를 찾아 미하일 코만(Mihail Coman)소장과 ‘O’ 대표 K씨 등 3자간 ‘과수육종 산업 교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씨는 미하일 코만 소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은 당사자들이 과수 품종 등록과 육종기술 교류, 묘목 생산 등 과수육종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루마니아 종자연구소는 과수육종 관련 분야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용인시와 향후 구체적인 사업을 검토하고, 상호 합의된 내용에 따라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다.

K씨는 성공적인 사업 추진과 운영을 위해 양 기관의 가교 역할과 유통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 등에 관해 상호 협력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따라 용인시농업기술센터는 연구실 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9월 제2차 추경예산에 원예육종 연구실 리모델링 사업비 3억 원을 확보했다. 센터는 지난해 말 설계와 기자재 확보에 5천760만 원을 지출하고, 나머지 2억4천240만 원은 명시이월한 뒤 올해 3월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다.

하지만 K씨가 관공서(농업기술센터)에 개인 사무실 간판을 걸겠다며 딴청을 피웠고, 센터 측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절하자 올해 6월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이 때문에 센터 측은 10월 충청북도농업기술원과 과수조직 배양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블루베리 기술이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8일 용인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의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 위원회는 5일 이 부분에 대해 재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명지선 의원은 "루마니아까지 가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기술이전은커녕 결과적으로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한 꼴이 됐다"며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고 면밀한 행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윤원균 의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K씨가 왜 중간에 끼어야 하는지, 역할이 뭔지 소상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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