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시화산업단지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A업체는 올 들어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중단했다. 지난해까지는 해마다 외국인 3∼4명을 새로 뽑아 포장·운반 등 단순 작업에 활용했지만 올해는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것이다.

 A업체 이수형(가명)대표는 "올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은 커진 반면 경기 악화로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며 "외국인 채용 한도는 남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577개 사를 대상으로 ‘외국인력(E-9) 고용동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중소 제조업체의 외국인 인력 신청률은 140.2%로 지난해 229.3%에 비해 89.1%p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인 수요는 연간 배정 인원(3만2천 명)의 2.3배에 달했지만, 올해는 1.4배로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했지만 올 들어 신청을 포기한 중소 제조업체도 9천783개에 달했다. 매년 평균 3만5천 개를 웃돌던 신청 업체 수가 올해는 2만5천 개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 인건비 부담(38.3%)과 경영 악화(24.1%)를 꼽았다. 반면 외국인 채용 쿼터 소진(14.7%)이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불만(6.2%)을 꼽은 업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도내 중소 제조업체들도 당분간은 외국인 인력 채용에 부정적이다. 수원산업단지에서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B사는 올해 발주물량이 30% 넘게 감소하는 등 경영 악화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B사 대표는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지만 올 들어 주문량이 줄면서 경영에 어려움도 많고, 인건비 상승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수요가 많았지만 올 들어서는 고용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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