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게 있다며 물었다. "요즘 뉴스를 보니, 반도체 호황이 곧 끝날 것이라고 하던데, 그럼 경기도 수출도 위기 아닌가?"

 맞다. 하지만 도내 수출은 아직까지는 호황이다. 지난 10월까지 한국은행 경기본부, 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 등 도내 경제출입처에서 나오는 수출 통계를 보면, 도내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3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58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출 성장세에는 도내 주력업종인 반도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도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을 두고 있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삼성과 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약 72%에 달한다.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D램값이 떨어진데 이어 세계 반도체시장 기구가 내년 시장 축소를 전망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우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또 앞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제기해왔던 ‘반도체 고점론’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반도체시장이 지난해 61%, 올해 33% 이상 성장하면서 삼성과 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영업이익 최고치 경신을 견인했던 것과 비교해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에 절대 의존해 대폭 상승해 왔던 도내 수출증가율도 낮아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분명 반도체는 도내를 비롯해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발 한한령 공세라는 격랑을 이겨내는데 큰 버팀목이 된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특정 자원 가격의 고공행진에 매몰돼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된 자동차, 조선업 등 자원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안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무릇,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기에 이번 위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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