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출범과 더불어 지자체들은 자문기구로 분야별 위원회를 둬 운영하고 있다. 정책 입안이나 결정을 할 때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참여시켜 자문을 받고자 하는 취지다. 자칫 주먹구구식 졸속행정으로 인해 초래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장점 등도 있다.

 이러한 ‘위원회 제도’ 운영은 기초단체나 광역단체를 묻지 않고 대다수 지자체에서 운용되고 있다. 바람직한 제도라 하겠다.

 이처럼 취지는 좋으나 부실한 운영 등으로 인해 참여가 저조하거나 아예 열리지조차 않는 등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천시 남동구의 경우 각종 위원회의 부실한 운영으로 말이 많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남동구는 각 분야별로 총 88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3개 이상의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위원이 모두 29명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9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도 있다.

 당초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출범한 각종 자문기구다. 아무리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인사라 해도 3∼9개 분야에 몸담아 자문역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다수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해당 인사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많은 분야에 참여해 과연 어떠한 자문 역할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연중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 위원회도 있다. 존치할 이유는 없다.

 한 시민의 지적대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 분야별 위원회에 참여해야 더 좋은 제안이나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위원회라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운영을 잘못하면 있으나마나한 기구가 된다. 때로는 옥상옥도 될 수 있고 예산만 낭비하는 무용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문제는 출범 당시에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기구가 초심을 잃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거나 가치 없는 기구가 돼 개점휴업까지 한다는데 있다. 지자체들이 운용하는 수많은 각종 위원회 가운데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위원회는 없다. 모든 예산은 시민의 혈세다. 효용성을 따지고 분석해 반드시 필요한 위원회만 남기고 나머지 기구들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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