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당국이 지난 9월 19일 체결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서로 간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함에 따라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과거 군사적 대치선으로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DMZ(비무장지대)는 생태·역사·안보적 가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어느 때보다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경기도는 2012년 DMZ정책담당관을 신설, 경기관광공사와 연계해 국외 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DMZ의 숨은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민통선 내 유일한 숙박시설인 캠프 그리브스 문화플랫폼과 남북 접경지역 4개 시·군을 잇는 평화누리길 조성, 임진각 일원 확대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도는 정전 65주년을 맞아 캠프 그리브스에서 DMZ의 역사와 평화의 의미를 사진을 통해 되새겨 보는 특별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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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NSC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 남북 분단을 지켜본 산증인 NNSC와의 첫 프로젝트, 캠프 그리브스에 마련되다

 캠프 그리브스는 판문점과 DMZ에서 2㎞가량 떨어진 민통선 내 유일한 반환 미군기지다. 도는 현재 유스호스텔로 활용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 지난 10월부터 중립국감독위원회(NNSC: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와 공동 프로젝트 전시회를 열고 있다.

 NNSC는 한국전쟁 휴전 이후 수립돼 공식 종전선언이 이뤄질 때까지 정전을 감시하는 단체다. 남북 분단, 대치 상황에서 화합으로 가는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현재까지 판문점에 주재하며 남북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당시 NNSC는 4개 국가로 구성됐는데 한국 UN 사령부는 스위스와 스웨덴을, 북한과 중국 측에서는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선택했다. 현재 대한민국 측에만 스위스와 스웨덴이 남아 있고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북한 측의 요청으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폴란드는 현재도 본국에서 NNSC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NNSC 스위스와 스웨덴은 분단 이후 국민의 생활상, 남북 대치와 화합으로의 발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도는 올해 정전 65주년을 계기로 스위스·스웨덴 본부만 아니라 기존 북한 측에 머물던 체코(과거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정전협정 이후 각종 관련 자료들을 수집했다.

▲ 체코 전시관 관람 중 박수갈채를 받는 체코 대사.
# 캠프 그리브스 NNSC 기획전시, 과거 막사가 아카이브관으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10월 27일 민통선 이북 유일 반환 미군공여지인 파주 캠프 그리브스 DMZ시네마관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전시관’ 개관식을 열었다. 개관식에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NNSC 4개국 및 파견단, 32개국 외교사절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관 개관은 DMZ 일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 NNSC의 역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NNSC 연계 국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특히 1950년대 DMZ 한국 촬영 사진을 통해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희망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옛 미군기지의 퀀셋 막사(반원형 막사), 부사관 숙소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후 판문점 일원에서 임무를 수행해 온 NNSC의 관련 사진과 물품 7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해당 사진과 물품은 체코·폴란드·스위스·스웨덴 대사관, 국방부, 외교부, 육군도서관, NNSC 파견단 등을 통해 제공받은 것이다.

 전시관은 NNSC 박물관, 체코슬로바키아 중립국 감독위원단이 본 북한 사진전,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 사진전, THE BLUE BRIDGE(Feelings and Emotions) 등 4개 코너로 구성된다.

▲ 체코슬로바키아 파견단이 본 북한 사진전’ 에 전시된 작품.
# 중립국감독위원회(NNSC)가 본 1950년대 DMZ KOREA

 미군 퀀셋 막사를 활용해 만든 ‘NNSC 박물관’에서는 NNSC 4개국에서 제공받은 1950년대 정전협정 이후 초기 NNSC 캠프 및 검문소 사진, NNSC 스위스·스웨덴이 소장하고 있는 군복, 정전협정 지도 원본, 군사분계선 원본 등의 물품이 전시돼 있다.

 옛 미군 부사관 숙소(BEQ) 1층 1관에서 진행될 ‘체코슬로바키아 중립국 감독위원단이 본 북한 사진전’은 정전협정 후 파견됐던 체코슬로바키아 NNSC가 1953년부터 1956년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개성지역 등 북한의 일상 사진들을 선보인다.

 같은 곳 2관에서 열릴 ‘폴란드로 간 북한 전쟁고아들 사진전’에서는 북한에서 폴란드로 보내졌던 전쟁고아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1951년 북한의 요청으로 폴란드는 북한 전쟁고아 1천500명을 받았다. 전시 사진에는 1959년 북한의 송환 요청이 있기까지 폴란드에서 머물던 아이들이 수업 받는 모습, 처음 수학여행을 떠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 NNSC 박물관 전경. <경기관광공사 제공>
 끝으로 ‘THE BLUE BRIDGE’는 NNSC 스위스 파견단 멤버인 다니엘 팔러 소령이 직접 야간에 촬영한 도보다리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팔러 소령은 65년간 한국에 있지만 정작 한국인은 건널 수 없는 다리이자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희망’을 싹 틔운 다리인 도보다리를 언젠가는 한국인이 건너가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촬영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NNSC가 본 1950년대 DMZ KOREA’를 주제로 NNSC 박물관은 영구적으로, 그 외 상설전시관은 내년 4월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도는 앞으로도 NNSC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DMZ 일원이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교류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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