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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오늘, 한 해를 돌아보며 열심히 살았노라고 스스로를 토닥거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대단한 성과나 성공도 좋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소확행이 있다면 그곳이 낙원일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는 영화 관람이 인생의 낙인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1930년대 대공황기 뉴저지. 웨이트리스로 근무하는 세실리아는 술과 노름에 빠진 남편 때문에 삶이 더욱 고단하다. 그녀가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극장으로, 세실리아는 영화를 보며 행복을 느꼈다. 화면 속 사람들은 모두 완벽했다.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즐거워 보였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극장에서 새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반복해서 보던 어느 날, 스크린 속 캐릭터인 톰 백스터가 말을 걸어왔다. 극장에 온 그녀를 자주 봤다는 그는 화면 밖으로 나와 그녀를 데리고 떠난다. 반면 톰의 탈출로 엉망이 된 스크린 속 세상과 영화계는 그를 찾기 위해 톰을 연기한 배우 길 셰퍼드를 뉴저지로 보낸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만나게 된다.

 영화를 사랑하고, 배우 길 세퍼드와 그가 연기한 톰 백스터를 잘 이해하는 세실리아에게 매료된 두 남성은 각자의 영역으로 그녀를 초대한다. 영화 속 완벽한 세계에 함께 들어갈 것을 제안하는 톰과 허구가 아닌 현실의 할리우드로 떠나자는 길의 제안에 세실리아는 고민한다. 한편 그녀의 남편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자신에게 돌아 올 거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세실리아는 이성적으로 고민한 끝에 길을 선택한다. 그 결정으로 톰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고 영화계는 안정을 되찾는다. 그렇게 모든 소동이 끝나자 세실리아의 판타지도 막을 내린다. 함께 떠나자는 길은 제안은 꿈인 듯 사라지고 어느새 세실리아 앞엔 변하지 않는 현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친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극장을 찾는 세실리아의 삶은 그렇게 반복된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자 이중 판타지에 대한 사색을 담아낸 걸작이다. 이 작품은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은 그야말로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실과 조우할 수 없는 판타지야말로 영화의 존재 이유임을 강조하고 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세실리아가 현실을 벗어나 행복하게 결론지어지길 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신데렐라식 해피엔딩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너무도 현실적인 엔딩을 통해 대중들의 삶에 영화적 판타지가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처럼 이제 세실리아를 기다리는 건 반복되는 일상뿐이지만 하루의 끝에 잠시 경험하는 영화 속 일탈을 통해 그녀는 다시 활력을 얻는다.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은 누구나 판타지를 경험하며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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