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하는 아이들 놀이 중에 ‘숨바꼭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 명이 술래가 되어 숨은 사람을 찾아내고, 술래에게 들킨 사람은 다음 술래가 되는 놀이이다.

 "숨바꼭질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고 놀이할 사람을 부르면 그 손가락을 잡는 것으로 숨바꼭질은 시작된다. 모인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는 대문 기둥에 눈을 감고 기대서서 열까지 센다. 이것이 후에는 10음절의 말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바뀌기도 했다.

 숨바꼭질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숨+막+질 >숨막질 >숨박질 >숨바꼭질이라고 나오는데, 숨막질은 물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행동인 자맥질을 뜻하는 말이었다. 숨은 숨다의 어간이 아니라 숨쉬다의 숨으로 숨을 쉬는 것을 바꾸는 것 즉, 숨을 참는 것을 의미하며 헤엄치다 물속으로 숨고 다시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올라오곤 하는 놀이로, 만약에 ‘숨다’에서 ‘숨’이 나왔다면 동사 어간에 명사가 붙는 경우 국어에는 맞지 않는다.

 숨바꼭질과 같은 말로 ‘술래잡기’가 있는데, 숨은 아이를 찾는 아이를 술래라고 하는데, 이말은 ‘순라’에서 온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밤이 되면 도성 안에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도둑이나 화재를 막기 위해 포졸이 도성 안을 살피며 도는 포졸을 ‘순라’ 또는 ‘순라군’이라고 불렀는데 이 ‘순라’로 소리나다 ‘술래’로 변한 것이다. 이 놀이는 숨고 찾는 것을 기본으로 별다른 규칙의 변화 없이 이어져 왔기에 원시시대부터 행해지던 놀이로,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놀이이기도 하다.

 최근 사법부 농단 사건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자택이 있는 성남시 동산마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를 주장하고 수개월째 언론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자신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로 격하시킨 장본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양승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결국 사상 초유의 대법원 검찰 수사를 시작하게 만든 양 대법원장은 한때 사법부의 수장으로 무죄라면 2018년이 가기 전에 국민 앞에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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