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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아파트와 인생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2월 07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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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장자 멘토링」이라는 책에 고층아파트를 인생에 비유한 글이 가슴에 깊이 담겼습니다. 형과 동생이 초고층 아파트의 80층에 사는데, 어느 날 형제는 밤 12시가 넘어서 1층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아침에는 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할 수 없이 걸어서 올라가기로 하고 발을 뗐습니다. 20층까지 오르자 짊어진 배낭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배낭을 20층 계단에 두고 올라갔다가 아침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가뿐해진 발걸음으로 다시 올라갔지만, 40층에 이르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입니다. 형은 동생에게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왜 안내문을 보지 못 했어?"

 "깜빡했지. 그러는 형은 왜 못 봤어? 나만 봐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아무리 다투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형제는 할 수 없이 다시 오릅니다. 60층에 도착하니까 이젠 투덜거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진땀을 닦을 힘도 없이 드디어 80층에 기어가다시피 해서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열려는 그 순간, 형제는 절망적인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며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아, 열쇠!"

 그랬습니다. 열쇠는 20층에 놓고 온 배낭 속에 들어 있었던 겁니다.

 이 우화에서 ‘열쇠’를 젊었을 때 누구나 품었을 법한 ‘꿈’으로, 아파트 ‘층수’를 우리의 ‘나이’로 바꾸어보면 우리들의 인생살이와도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는 누구나 자신의 꿈을 향해 살아가지만,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면서부터 서서히 자신의 꿈을 배낭 속에 집어넣고는 자신에게 아름다운 꿈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파트는 힘들어도 다시 내려가서 열쇠를 챙겨오면 되겠지만, 나이만큼은 20대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 후회와 원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어쩌면 ‘무엇을 중시하며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의미입니다. 젊었을 때 중요하다고 여긴 것들이 행복을 보장해주는지를 알 수만 있다면 ‘열쇠’를 배낭 속에 넣어 두지는 않을 겁니다.

 삶을 마감할 때까지도 그 열쇠를 쥐고 있기 위해서는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면 도움이 됩니다. ‘내가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 놓치고 있거나 잊고 있던 ‘열쇠’를 잃어 버리지 않을 겁니다.

 「짧은 인생 긴 영혼」을 쓴 이양우 선생은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신념을 위해 살다간 사람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가치는 무엇을 먹고, 무슨 벼슬을 했고, 어떤 집에서 호사스럽게 살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신념, 즉 정의를 위해 또는 이웃을 위해 얼마나 자신의 한평생을 불살랐느냐, 하는 것에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이 신념을 가진 사람이고,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며 성공한 사람일 겁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열쇠’이고 ‘꿈’이겠지요. 그리고 그 꿈을 향한 열정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될 겁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나’를 열정적으로 살게 만드는 ‘꿈’이 어떤 꿈인가를 생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탈벤 샤하르 교수는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행복을 규정합니다. 현재의 이익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고, 미래의 이익은 그 일들이 훗날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을 즐겁게 해내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그 결과가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아무리 힘들어도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일 테고 그리고 올바른 신념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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