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지하철 3호선 고양시 구간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의 원인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낡은 배관을 소홀히 관리했기 때문이라 한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다. 다중시민이 이용하는 중요한 시설임에도 배관이 낡아 터지도록 몰랐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배관시설들이 낡은 채로 지하에 매설돼 있는 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사고 조사팀은 27년 된 노후 관로의 한 부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됐다고 밝혔다. 내구 연한 50년짜리라 한다. 이러한 배관이 27년 만에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인가.

또다시 우리는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야단법석이다. 본란에서도 누차 언급하는 얘기지만 국민소득이 높다고 모든 나라가 다 선진국가는 아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라 하더라도 각종 사고가 빈발해 시민들이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다면 그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문명국은 더더욱 아니다.

과거 공업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추진한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 아래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고려는 도외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안전사고가 잦은 것은 기초가 부실한 채 성장만을 고집하며 달려온 결과라 하겠다.

이번 고양 온수관 파열 사고 역시 오래된 낡은 배관의 방치가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결코 배관의 낡은 사실을 몰라서 방치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서야 사후 수습에 나서곤 한다. 그때마다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사례에서 미뤄 알 수 있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말이 있다. 주춧돌이 촉촉히 젖으면 비가 내릴 징조이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모든 사고는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일정한 조짐을 보인다는 말이다. 이를 주시하지 않고 가벼이 지나치면 일을 당한다.

동절기가 도래했다. 해마다 겨울철이 돌아오면 곳곳에서 동파사고도 잦다. 이번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 같은 사례가 발생하기 전에 노후 배관과 전기시설 등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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