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경력단절 여성 현황’을 보면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국내 18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비 1만5천 명 증가한 수치로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으로 꼽힌다. 이처럼 경력단절여성이 늘어난 것은 201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뒤 처음이다.

▲ 나래울복지관 ‘끄트머리’ 사업 참여자들의 월례모임.
 경력단절 뒤 재취업한 기혼여성이 최근 1년 동안 50만 명 넘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각 광역시·도는 이에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 실제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는 ‘물음표’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커다란 손실로 꼽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5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화성시의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나래울복지관)이 경기복지재단 지역 복지모델 발굴사업의 일환으로 꺼내든 카드는 바로 ‘끄트머리’ 사업이다. ‘끝은 또 다른 도전이며 시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끄트머리 사업은 관내 경력단절여성들이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지역사회 공헌’과 ‘경제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나래울복지관 정은미 지역조직팀장은 "지역의 경력단절 어머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진 재능을 통해 자원봉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들도 많이 갖고 있다"며 "경력단절여성들이 경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해왔고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가정·육아, 경제활동 양립이 가능한 대안경제 모델이라고 판단, 끄트머리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 증가하는 경력단절여성, 가사·육아와 경제활동의 공존 필요성

 주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30대 여성은 화성시 내 5만7천여 명으로 시 전체 인구의 9.4%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16년 52.1%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50%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으로 화성시의 30대 여성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여성은 2만7천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나래울복지관은 밝혔다.

 특히 화성 동부권역은 동탄 1·2 신도시가 조성된 ‘젊은 도시’로 20∼30대 거주율이 증가되고 있어 경력단절여성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나래울복지관의 분석이다. 그러나 화성시 내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기존 지원체계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직업상담, 교육훈련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가사·육아로 인해 일반적 경제활동에 제약이 있는 경력단절여성들이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 전문교육 수료식 후 기념촬영.
이에 나래울복지관은 지역사회 활동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을 떠올리게 됐다.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을 제시해 경력단절여성 개개인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미 나래울복지관은 ‘숲으로 통하는 마을’, ‘꿈이 어우러지는 마을 만들기’, ‘멘토스 동아리 주민모임’ 사업 등을 통해 지역 내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과 함께 다양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운영한 경험도 갖춘 상태였다.

 나래울복지관 정은미 팀장은 "경력단절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일반적 경제적 활동(취·창업)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협동조합 설립을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봤다"면서 "이미 우리 복지관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공공의 문제 해결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경험적 근거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번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끄트머리’ 사업…경력단절여성들에 변화의 기회로 다가온 ‘협동조합’ 설립의 꿈

 나래울복지관은 함께 협동조합 설립의 꿈을 키워나갈 참여자들을 모집해 4개의 그룹을 꾸려 협동조합 설립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보드 등 놀이교육을 전문으로 한 ‘보드림’과 캘리에 재능있는 경력단절여성들이 모인 ‘화성캘리’, 음식과 요리에 전문성을 갖춘 ‘Party Olle’, 다양한 손재주를 갖춘 ‘별별손놀이’ 등 4개의 그룹에서 각기 5∼7인의 참여자들이 활동 중이다.

▲ 사업 참여자들이 개발한 상품 아이템.
 나래울복지관은 이들 그룹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6회에 걸쳐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기반 사업 등에 대한 전반적 교육을 실시,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돕고 다양한 여성 협동조합 창업자들의 성공 사례들을 살폈다.

 이후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컨설팅을 통해 각 그룹별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실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및 등록, 자금관리나 회계 등의 경영부문 등 각종 실무 작업들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지원했다.

 끄트머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숙(여·49)씨는 "문화센터에서 하는 자격증반 교육을 수강한 적이 있었지만 끝나고 나서는 어떤 모임도 이뤄지지 않았다. 엄마들이 배우면 다시 사회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많은 엄마들이 여러 교육을 받고 그렇게 습득한 전문성을 주머니에만 넣어두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왕이면 가진 재능들을 활용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나래울복지관의 끄트머리 사업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굳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이렇게 모임을 갖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끄트머리 사업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가진 재능을 펼칠 기회가 올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기뻐했다.

 나래울복지관은 또 그룹별 정기모임을 지원해 콘텐츠와 그룹별 운영 사항 논의, 그룹원 간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참여자 개별상담을 통해 활동상의 고충을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강구하는 등 지속적 참여를 유도해왔다.

▲ ‘끄트머리’ 사업 관련 그룹활동 프레젠테이션.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지난달 14∼15일에는 워크숍을 진행해 그간의 그룹별 활동상을 평가하고 컨설팅을 통해 다듬어진 사업계획서를 시연하는 등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완성도 높은 계획 마련에 의기투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래울복지관은 끄트머리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 그룹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관내 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와 연계해 각 그룹의 협동조합 설립 공모전 등을 지원해 지속적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지속할 예정이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