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중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을 때 주위에서 "도사들을 불러 푸닥거리라도 해서 빌라고 하십시오"라고 권하자 탄식조로 대꾸했다.

 "성인께서 말하길, 하늘에 죄를 지은 자는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다고 했다. 이제 내 목숨이 다하였으니 구원을 바라 굿을 해서 뭘 하겠느냐." 결국 치성 드리는 굿판은 벌어지지 않았고, 얼마 후 조조는 후계자로 큰아들 조비를 지목하고,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의 임지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장례는 간소하게 치르고, 무덤에는 시복(時服 : 철 따라 입는 옷) 몇 벌만 넣어 달라고 하고는 숨을 거뒀다. 당시 나이 66세. 당대 최고 권력자 조조는 젊은 시절부터 꾀가 많고 못된 짓거리를 많이 했으나 합리적 법치주의자로서 감성이 풍부한 시인으로서의 면모도 약여했다. 그가 ‘하늘에 지은 죄’란 아마도 천륜이나 인륜을 짓밟은 권력자의 과오를 말하는 것이리라. 오늘도 천륜, 인륜을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그런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낯짝을 들고 있는 인물이 너무나 많다. 절로 말세(末世)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2019년 한국 사회에 보내는 경종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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