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jpg
▲ 홍순목 PEN 리더십 연구소 대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답방이 실현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 첫 서울 방문이 된다.

 그동안 여러 정권에서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있었고 논의 과정에서 서울 답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실현된 적은 없었다. 때문에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이 비쳤던 서울 답방 의사가 과연 실제로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터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발전된 상황과 국민들의 수준 높은 생활상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여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이 시간을 내어 싱가포르 시내를 돌아 본 것은 경제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따라서 핵개발로 인해 경제제재를 받아 세계경제체제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돼 있는 상황에서 그가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목도하고 개방과 자유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북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감에 반해 실제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이르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때마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북한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핵실험 시설을 폐쇄하고 미사일 발사시설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 다른 핵실험장이 있다거나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만남의 목적이 한반도의 항구적이고도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해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만남 자체가 목적이 돼 가는 모양새로 변질된 듯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떨어질 때마다 남북정상의 만남이 추진되고 역시 이번에도 대통령 지지도가 임기 중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서두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보도에 따르면 며칠 전 청와대에서 계획돼 있는 현안 관련 회의를 다 취소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청년실업,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 경제적 파장이 적지 아니하고 미중 무역마찰로 인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듯한 신세로 전락한 대한민국 경제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와중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이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며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부탁했다.

 세상에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지만 군인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일 것이다.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충성과 복종 그리고 명예를 지키며 살아온 한 장군의 죽음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남북 대화를 통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에 치중한 나머지 대한민국의 경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도 방관하고 또한 과거 정권의 일로 대한민국의 군인의 명예가 짓밟히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굳건한 안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눈부신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었던 거대한 기둥들을 스스로 잘라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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