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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훈 경기본사 경제문화부장

얼마 전 ‘천만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러나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음악을 일부러 찾아 들은 적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TV에 나오는 수많은 연예인 중 한 명일 뿐이다.

 그를 처음 알 게 된 건 다큐멘터리 형태의 한 프로그램이었다. 래퍼로서 소위 ‘자수성가’했고, 승용차가 여러 대 있으며, 호텔을 집 삼아 사는 청년이었다. 나중에 지인에게 물으니 우리나라에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을 불게 한 장본인이란다. 어찌 됐건 당시 프로그램을 보며 느낀 건 부러움과 시샘의 교차였다.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했을까 하는…. 하지만 뭐, 그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빚투’ 논란으로 그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그의 발언보다는 발언에 대한 반응이 더 흥미를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공인(公認)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인기를 통해 먹고 사는 연예인이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연예인도 공인이 될 수 있다’는 고리타분한 논리에 손을 들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연예인이 공인이라도 부모나 형제, 선생 등 주변의 영향만 할까. 만약 이 또한 그렇다고 한다면(주변의 영향보다 연예인의 영향이 더 크다면) 그런 환경에 놓인 청소년을 방치한 어른들의 잘못이리라. 상기하지만 그의 발언에 대한 시비(是非)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

 이번 일을 바라보며 예전의 박찬호가 생각났다. ‘코리안 최초의 메이저리거’라는 수식어로 떠들썩했던 그는 욕도 많이 먹었다. 이유는 ‘한국인으로서 성적이 좋지 않다’는 식의 실망감이었다. 그런데 그 또한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게 아니었다. 연봉 협상 과정을 거치며 본인과 맞는 팀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일 뿐이었다.

 앞선 두 인물의 공통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둘 모두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연예인이라면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프로선수라면 연봉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대중들은 그렇게만 하면 될 뿐 그들을 일일이 도마 위에 올릴 필요는 없다.

 문제는 진짜 공인이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광역은 물론 기초 자치단체장들은 통틀어 이견(異見) 없이 공인이다. 특히 경기도는 단체장이 바뀐 이후로 공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전부터 벌어진 논란도 있지만 여간 종지부를 찾을 수 없다. 이런저런 논란 중에 최근 단연 화두는 무촌 관계와 엮인 논란이다. 여기서 빚투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이 교차됐다.

 빚투 논란의 석연치 않은 점은 연예인 그들 스스로가 빚투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몇몇은 예외이나 알려진 이야기로는 대부분 부모나 친인척의 빚투가 대를 타고 내려온, 대한민국 헌법에서조차 금지하는 연좌제(緣坐制) 형태이다. 그런데 되레 일부, 아니 많은 연예인들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를 하며 논란에서 벗어나려 노력을 하고 있다. 공인은 아니지만 충분히 배울 만한 자세다. 최소 1촌 이상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스스로 아직 젊은 청춘임에도 이런 노력을 한다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시 경기도로 돌아와 보자. 그들은 무촌이다. 부부는 갈라지면 남이지만 붙어 있으면 무한책임이 따른다. 물론 논란의 진위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논란 자체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태도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인이 공인을 공격하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 한다면 논란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끝나더라도 모 광고 카피처럼,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

 경기도민들은 불안하다. 항상 날 선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 공인이 되레 연예인의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런다고 욕할 사람 없다. ‘도끼로 제 발등 찍는다’는 속담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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