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신 있는 보수 경제학자인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라 할 J노믹스를 설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인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소위 줄·푸·세 공약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권이 선로를 이탈하자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직언을 한 후 토사구팽 당했다. 그는 현 정권의 경제 공약인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비, 중소벤처기업 육성, 대기업 지주회사 강화, 소득 재분배’ 정책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권이 독선의 길로 접어들자 "국정 이슈에 효율성에 관한 인식이 안 보인다",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정책을 수용하는 대상이 수용할 수 없으면 독이 된다"는 등 쓴소리를 해왔다.

 그리고 결국 미동조차 않는 청와대의 모습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 운영을 보면 상식적이거나 합리적인 면모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주도성장만 해도 그렇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고용지원 명목으로 혈세를 쏟아붓더니 급기야 대기업의 밥그릇을 건드리는 ‘협력이익공유제’로 넘어갔다. 후폭풍이 가장 컸던 자영업 대처는 더 가관이다. 수익성을 보전해준다며 카드수수료를 강압적으로 인하해 버렸다. 하지만 타격을 입게 될 카드사가 인력을 감원하는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카드 모집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부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 경제 주체 간 반목까지 부추긴 꼴이 됐다. 경제 형편과 노동생산성을 봐가며 최저임금을 순리대로만 처리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의 사의를 반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정책적 고언은 반영하지 않은 채 옆에만 두겠다는 건 그의 존재를 잔칫상 구색으로나 써먹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진심으로 김 부의장이 사퇴의 뜻을 접도록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FTA 체결과 같은 전환기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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