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5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4.4%p)한 결과, 김정은의 답방을 환영한다는 응답이 61.3%나 나왔다 한다.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중장년 세대 또는 보수층 입장에선 다소 충격적인 결과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10일 현재까지 김정은의 답방과 관련한 소식은 없으나, 청와대에선 조만간 깜짝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영 61.3%’는 김정은 답방을 추진하는 데 정치적 명분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처 물어보지 못한 국민의 숨은 뜻을 읽는 지혜도 필요하다. 만약 추가 질문으로 ‘답방 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야 하나’라고 물었다면 절대 다수가 ‘그래야 한다’고 답변했을 것이다. 즉 국민이 원하는 건 미처 묻지 못한 ‘뒤에 나올 질문의 답변’에 있으며, 이것이 바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기준이 될 것이란 뜻이다. 시진핑 주석이 오든, 아베 총리가 오든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들의 방문에도 추가 질문을 했을 때 다수 국민은 중국이 ‘사드보복을 철회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은 최소 13곳에서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이라고 한다. 양강도 영저동에는 새로운 미사일 기지까지 건설하고 있다 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소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두 정상이 카메라 앞에서 함께 웃으며 담소하고 뜨겁게 포옹을 한다 해도 무의미한 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물론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말처럼 김정은 답방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도 그러했듯 한 사회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소수에 의해 독점된 부와 정보, 권력이 절대 다수에게 이전돼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런 거스를 수 없는 진보의 힘을 김정은이 직접 보고 느낄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 차원이라면 북한 주민도 김정은 답방을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 그들도 자신의 미래가 무엇인지 분명히 봐야, 훗날 김정은과 지도부가 순리에 역행하려 할 때 촛불이라도 들고 이를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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